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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이른바 강성 서포터즈와 나치즘. 그리고 어쩌면 마녀사냥에 대하여

구찌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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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블루윙즈 구단 페이스북에는 한 장의 공지가 떴습니다.

https://i.imgur.com/n686OLf.jpg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부적절한 정치적 퍼포먼스'를 한 응원 소모임 '난적'의 회원 2명을 1년간 경기장 출입금지 시킨다는 내용이지요. 그리고 그 '부적절한 정치적 퍼포먼스'가 무엇인고 하면


https://i.imgur.com/X7sDsN8.jpg

<???미친건가???>


저는 해당 소모임과는 관련이 없는 없는 사람임을 밝혀둡니다. 오히려 '매 시즌 잘 쓰지도 못할 연간회원권을 기부하는 마음으로 구입하는, 매 시즌 구단 져지를 사고, 기회만 나면 경기장에 찾아가 누구보다 소리높여 응원하는' 수원의 서포터중 한명으로서 개인적으로 저런 물의를 일으킨 난적, 헤르츠 같은 이른바 '강성 울트라스'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 친구를 꼬셔서 경기장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만. 친구가 이들의 행패를 보고 눈쌀을 찌뿌려한 관계로 심히 민망했던 적이 있는 지라 저는 개인적으로 해당 소모임 '난적'과 '헤르츠'를 싫어합니다.


개인적으로 독일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만, 나치즘에는 극렬히 반대합니다. 거기에는 차별과 그 차별을 통한 착취의 정당화가 내제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일본인에게 2등 국민으로 차별당하여 착취당한 바 있는 우리 조국의 역사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호오를 분명히 밝히는 이유는 제가 이제 쓰고자 하는 내용이 이른바 '편가르기'와 '색깔논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색깔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면 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 난적 병신들 헤르츠 개x끼들.


다만 제가 이 글을 통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강원도 사람 몇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설악산과 속초 오징어 물회를 비하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난적과 헤르츠를 비난하기 위하여 그들이 실제로 활용한 것들을 싸잡아 '나치'로 몰아가는 것 또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구단 서포터즈들의 팬페이지에 올라온 한 글을 읽고 입니다.


https://i.imgur.com/obTUcu5.jpg


이 글은 해당 소모임이 활용한 많은 문장들을 '나치의 상징물을 교묘하게 수정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남부기를 변형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만, 다만 독일과 관련된 각종 상징물들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헤르츠가 밉다고해서 헤르츠가 쓰는 것들이라면 나치와 별 상관 없는 것들까지 나치즘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까 말했듯 속초의 오징어 물회를 미워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1. 글의 편집에 관하여.


이 부분은 짧게나마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원글을 보게 되면 여러 이미지를 설명없이 병치하는 편집을 했습니다만, (예를 들어 위의 그림을 올리고 그 바로 다음에 프로이센 군기, 철십자기, 독일에서는 쓰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철십자기 이미지를 병치하는 식이지요.) 이는 의도했던 그렇지 않든 지나친 편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들어, 누군가 저의 사진을 올리고 그 다음에 수갑, 마약, 문신, 그리고 저의 사진 순으로 배열을 했다면 누가 보더라도 제가 '범죄자'라고 인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연속된 이미지가 나오면 누구나 연관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지나치게 객관적이지 못한 편집이라고 생각합니다.


2. 철십자문장에 대하여

https://i.imgur.com/4IJ4OJL.jpg

<나치즘의 상징으로 제시된 이미지 중 하나>


철십자무늬는 그 유래가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십자군전쟁시기의 구호단체였던 튜튼 기사단부터 회색의 저 모양 십자가가 상징이었지요. 문제는 이게 우리나라에서 '나치'의 상징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나치와는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짧게나마 독일의 역사를 이야기해야겠지요. 독일 역사에 제국이 3번 등장하는데, 제 1제국은 중세시대에 존재했던 '신성로마제국'시기를 말합니다. 제 2제국기는 나폴레옹전쟁이후에 등장한 비스마르크의 '독일 제국-프러시아를 맹주로 하는-'을 이야기하고, 제 3제국기가 바로 우리가 증오하고 기피하여 마땅한 '나치 독일' 시기 입니다.

https://i.imgur.com/RfGnak2.jpg

<2제국기의 군기. 독일 국기의 색임에도 흑적금이 아닌 적백흑임을 유의하자. 하켄크로이츠(나치독일기)와는 상관이 없다.>



이렇게 나누었을 때 저 철십자기가 처음 쓰인 것은 1제국기가 있던 때의 튜튼기사단이고,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2제국기의 프러시아 시절입니다. 나치는 커녕 나치 할아버지도 없던 시절이지요. 만약 어떤 구단이 삼족오를 상징물로 썼을 때 '군국주의 고구려의 상징물'이라고 배척하는 것이 온당할까요? 고구려도 군국주의 국가는 맞지요. 프러시아도 군국주의 국가이긴 합니다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배척하고자 하는것은 '나치 3제국'이었을텐데요...


'야 아무튼 나치가 그거 지네 훈장에 쓴건 사실이잖아?'라고 말하신다고 해도 반박할 자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3장의 사진을 보시지요.


https://i.imgur.com/sb9wi8o.jpg
 <프러시아(제 2 제국기) 철십자 훈장>
https://i.imgur.com/s3uRPGr.jpg
<나치 독일 철십자 훈장. 중앙에 하켄크로이츠가 있다>

 https://i.imgur.com/dzj5zYx.jpg

<"현용" 독일 연방군 철십자 훈장 '용맹장'>


철십자 자체가 독일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면 현 독일 연방군이 저걸 활용하지는 않겠죠.

나치독일의 상징이 하켄크로이츠일수는 있어도 철십자는 아닌 이유입니다.


3. 프로이센 군기에 대하여

https://i.imgur.com/piYodka.jpg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변용했다고 문제가 된 프로이센 군기. 위의 2제국 국기에서 말했듯 흑백적 색상이다. 나치 3제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2제국 시기의 심볼일 뿐.>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저는 프로이센 국기 혹은 프로이센군기를 군국주의의 상징물이라며 배격하는데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야 그건 좀 너무하다. 아무리 그래도 프로이센이나 나치나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 너도 나치 아니야?'라고 말하신다면 동시대에 해가지지 않는 나라를 구축한 대영제국의 유니언잭이나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아프리카를 횡단하고 베트남과 중남미를 점령했던 프랑스 삼색기도 마찬가지로 배척되어야 할것입니다. 설마 영국이랑 프랑스는 학살 안했다, 혹은 정의로운 제국주의였다라고 하실건 아니죠?....


https://i.imgur.com/38p93Bj.jpg

<?? 삼색기도?? - 사실 자세히보면 왼쪽 깃발은 유니언잭의 변형이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혹시 제가 나치 추종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원하신다면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건 '히틀러 맥주에 빠뜨려 죽일 개x끼'나 '무솔리니 올리브에 튀겨 죽일 놈' 같은 걸로는 안되겠죠?...


3. 쌍두독수리에 대하여

 https://i.imgur.com/hsRSyz4.jpg

<나치즘의 상징 중 하나로 지적된 이미지. 중앙의 독수리 문양에 주목하자>

독수리 무늬에 대해서도 혐의가 가해집니다. 특히 프러시아 육군 상징기에 적혀 있는 'got mir uns(신은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2차대전중에도 나치 독일의 구호로 쓰인바 있기 때문에 더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독수리, 혹은 쌍두독수리가 단순히 나치 혹은 군국주의 프로이센의 상징물로 보기 힘들다는데에 있습니다.

아래 사진들을 쭉 보시죠.


https://i.imgur.com/JBFfLlP.jpg

<독일 2제국의 깃발 분포도>

위의 프로이센(프러시아) 군기 이미지에서 설명드렸듯, 독수리 무늬는 독일의 상징처럼 이해됩니다. '백번 양보해서' 군국주의 프로이센의 상징으로 느껴지지요. 하지만 저 깃발 분포도를 자세히 보시다보면 독일의 왼쪽 아랫 끝 부분에도 흑백적에 희꾸무레한 무늬가 그려져 있는 그림이 보이실 겁니다. 확대해드리죠. 

https://i.imgur.com/R3VQ6mk.png

<알자스-로트링엔 지역 깃발>

프로이센이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알자스 지방에서도 독수리 무늬가 쓰이고 있는게 보이시지요? 참고로 알자스-로트링엔은 독일식 이름이고요, 지금은 프랑스 영토이므로 알자스로렌이라고 읽는 것이 맞습니다. 저기에 유명한 도시가 스트라스부르크 라는 곳인데, 파란 병의 맛있는 맥주 '크로낭부르 1664'의 원산지입니다. 프랑스인데도 맛있는 맥주가 나오는 이유요?


 https://i.imgur.com/tpWC8rL.jpg

<독일 1제국 - 신성로마제국-의 국장. 수많은 지역들의 연합체였다.>

원래 독일어 쓰는 독일땅이었거든요. 신성로마제국의 상징 자체가 쌍두독수리, 혹은 검독수리 였거든요... 신성로마제국의 지방국들은 자체 깃발을 많이 썼습니다만, 독수리도 여기저기서 흔히 쓰이는 동물이었습니다.

 https://i.imgur.com/emWMeAd.png

<신성로마제국의 초기 상징은 쌍두독수리가 아닌 단두독수리였다.>


아무튼 저런 모양의 독수리가 독일 군국주의 더불어 나치즘이 상징이 아니라는 증거사진을 하나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https://i.imgur.com/fhB12wp.jpg

<러시아 국가대표 알렉산더 코코린. 설마 나치 추종자는 아니겠죠?>

머리에 왕관, 칼과 보주를 나꿔챈 양발을 가진 독수리 무늬는 유럽에서 꽤나 흔히, 넓게 쓰이는 문양입니다.


4. 그렇다면 헤르쯔는 무죄인가?


그럴리가요. 무슨 의도로 그랬든 그냥 멋있다는 이유로 따라해서는 안되는 (글이 길어질까봐 왜 그런지까지는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풀어보겠습니다만.) 나치즘을 상징하는 모션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맞습니다.

'야 나치식 경례도 사실은 로마식 경례에서 비롯한거야. 그렇게 치면 무슨 아우구스투스도 나치였냐?'라고 반론을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로마식 경례는 실제 금기시 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상징물들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위의 상징물들은 모두 실제 다른나라에서, 혹은 현대시대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쓰이고 있는 사례들을 함께 보여드렸습니다만, 'got mit uns'라는 문구나 나치 경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태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그리고 전세계가 금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니까요. 그걸 꺼내 쓴 저들은 멍청한 자들이자 제가 사랑하는 나의 구단, '우리 수원'의 암덩어리가 맞습니다. 최소한 제 판단에는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문양들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 - 마녀사냥과 퇴보를 막기 위해.


이 기나긴 글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헤르츠와 난적은 경기장에서 쫒아내 마땅하지만 저 깃발들을 내쫒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왜냐면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제목에 도발적인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마녀사냥이 그럴듯한 명분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문화적 퇴보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마녀도 아닌 사람들을 마녀라며 화형시켰듯, 나치도 아닌 상징물들을 나치라며 화형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최소한 수원 팬 커뮤니티의 일부에서 보이는 '어 쟤들 이름이 독일어네? 빼박 나치네' 수준의 등식은 지나치다는 말입니다.


'프렌테 트리콜로'라는 이 어원 불분명의 이름을 가진 수원 서포팅 단체는 주요 응원 문화를 남미에서 따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특한 응원문화를 형성하며 대한민국 축구 서포팅을 선도해왔지요. '우리가 가면 길이된다'라는 말에는 그런 자부심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지 않을 것이고,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만, 만일 남미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예를들어 아르헨티나에 '아르헨티나치'라는 단체가 나타나서 정권을 접수하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한다면, 그땐 지금 수원이 만들고 나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온 수원의 응원문화를 버려야 할까요? 남들이 '트리콜로=아르헨티나치'라고 부른다고 해서요?


저는 저 깃발들에게도 마찬가지 시선을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저 깃발을 들고 흔든 일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겠지만 그게 저 깃발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상관 없는 것이라면, 그리고 이미 우리 옆에서 수 년을 함께 해 온 깃발이라면 마녀사냥과 공개화형식의 과도한 자기검열은, 수원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수원의 서포팅 문화를 퇴보시키는 지름길이 될것입니다.


굳이 지인의 극단적인 표현을 빌자면 이건 이래서까고 저건 저래서 까고... 자기 검열의 결과 '새 유니폼에 맞게 막걸리를 마시며 아리랑을 부르는 응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요.


뭐 그래봐야 헤르츠 없어지면 저것도 안나타나겠지만. 미워할거면 사람을 미워합시다. 깃발 말고요.

구찌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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