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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00년 초등3학년 시절부터 팬질했는데 이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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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란 팀은 모든분들에게 그러하듯 저에게도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기억도 희미한 유년시절 북수원 영화동 주택가에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여자 혼자 힘으로 가정을 유지하시느라 매일매일 일을 하러 나가셨고 그런 집안 환경에 유년시절 좋은 추억이나 놀러 나가본 기억이 전혀 없지요.

그런 저에게 경기가 있는 날 공설 운동장 근처에서의 활발한 축제 분위기와 이쁜누나들이 해주는 페이스페인팅, 공짜로 나눠주는 막대풍선은 너무 행복한 기억이였습니다. 

큰 스피커로 나오는 노래 소리를 들으며 처음으로 아드레날린이 솟았달까요. 

거기에 가정환경이 부유하지 못했던 제가 이런저런 일을 하며 성장하는 도중 청소년기에 만난 안양,안산,성남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자신의 도시 자랑 이야기라도 나오면 항상 전 수원이라는 팀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그 대화의 승리자가 되기도 했던것 같네요. 


영광스럽고 내 인생 가장 행복했던 눈 내리는 그 날 이후 정말 거짓말처럼 다음년도부터 팀이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차붐 이후 ㅇㅅㅎ가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싫었고 수원이라는 팀의 당시 성적 또한 받아드리기 어려웠으나 나는 이 팀을 성적때매 좋아한 게 아니란 걸 알기에, 나의 가장 소중한 기억과 정서를 만들어 준 팀이란 걸 알기에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돈을 벌기 시작하고 이제 좀 여유로워지는 생활에 어머니와 단촐한 집을 떠나기 위해 새집을 알아볼 때 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광교의 한 아파트를 택했습니다. 

여러가지 장점이 많은 곳이지만 경기장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게 최고로 저를 끌리게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성적이 안좋고 팀 분위기가 안좋아도 내 팀이라는 생각으로 버텨냈는데...


어제 남은 업무를 보며 인터넷 중계로 경남전을 시청 중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이 힘들어지더라구요

듣기만 해본 공황장애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하고 식은땀은 철철나고 숨은 안쉬어지고..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때인가 봅니다. 

마치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하면 더러워지는 연애처럼 마지막을 장식하긴 싫네요. 

깨끗하고 깔끔하게 가야할 때 떠납니다. 

이 곳에 글은 처음 써보지만 다들 안녕히계세요. 

전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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