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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나는 오늘 코칭스태프의 대처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함.

낙양성의복수
518 17

다만 결과가 그에 따르지 않았을 뿐이지.

 

잘해주던 이용래가 아웃된 건 의외였어.

 

알고보니 스스로 근육문제 때문에 교체를 요청한 거라는 이야기를 듣자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

 

이용래가 아웃된 건 60분이야. 우리가 가진 선택지는 다미르, 김종우, 그리고 조원희였음.

그런데 알란과 굴라트가 언제든 개인능력으로 골을 집어넣을 수 있는 광저우를 상대로 해서

30분간 순순히 잠그고 있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어. 

 

그래서 조원희 카드가 제외되었지.

 

왜냐면 조원희가 경기에 투입되는 순간 우리에게는 킬러패스를 넣을 선수가 사라지고, 역습의 속도가 느려져.

우리는 30분동안 계속 웅크리고 있다가 앞으로 공을 계속 찔러넣어줘야 하는데

암만 앞에 조나탄, 산토스, 염기훈이 버티고 있어도 뒤에서 좋은 패스가 들어오지 않으면

역습은 측면에서 죽어버리게 되고, 소유권은 광저우에게로 넘어가.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측면에서 왼쪽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이용래를 대신해서 공격력을 유지할 카드가 필요했어.

그래야 우리가 계속 볼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으니까. 

우리가 공격을 오래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록 상대의 공격시간이 줄어드니까 이건 당연했던 거야.

 

그래서 작년부터 함께했고 동계훈련도 꽉 채워 한 김종우가 들어갔고 훌륭한 연결고리가 되어 줬음.

 

산토스가 아웃되고 박기동이 들어간 건 76분이야.

 

3-4분 후면 80분에 접어드는 시점이었고, 우리는 15분 가량을 잘 버텨내면 이기는 게임이었어.

광저우는 시간이 갈수록 롱볼로 문전 앞 혼전을 유도할 거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수 모두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필요했어.

박기동은 공격시에 롱볼을 받아주고 세트피스 수비시에는 공중볼을 따내 줄 수 있는 좋은 카드야.

 

그리고 슬슬 빗속에서 뛰던 양 팀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지.

여러가지 전술적, 체력적 이유로 수원의 3선은 내려앉기 시작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양 팀은 롱볼로 공격을 전개하게 돼.

 

이렇게 롱볼경합으로 가게 될 경우 압도적으로 유리해지는 건 수원이었고

코칭스태프는 박기동을 측면 공격수로 배치함으로써 우위를 점하고 있는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세컨 볼을 따낼 수 있도록 판을 짠 거야. 박기동이 따내고 윙백과 측면에 치우친 이종성이 키핑해서 박스로 볼을 투입한다.

 

이렇게 되면 박기동이 가운데에 있고 조나탄이 사이드에 있는 것에 비해서 훨씬 안정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어.

 

왜냐면 우리는 안 뚫리면 돌리면 그만이었으니까.

 

오히려 박기동을 중앙에 배치하게 되면 후방이나 측면으로 볼을 떨구게 되는데 후방으로 볼을 떨구는 데에 실패하면 바로 역습이 터지고 우리는 중앙이 헐거운 343 포메이션을 쓰고 있었어. 세컨 볼을 따 줄 선수가 둘밖에 없고 그 자리에 상대의 3미들이 있는 거야. 압도적으로 불리하지.

 

측면으로 보내도 상황은 똑같아.

 

롱볼은 우리편도 내려앉고 상대편도 내려앉을 때 나오는 전법인데 그런 경우에 우리의 윙백들이 윙포워드 근처에서 세컨볼을 따 줄 수가 없어. 그리고 박스 중앙에서 측면으로 내준 헤딩패스가 미스나는 순간 바로 공격권이 넘어가. 박기동 중앙배치는 굉장히 안좋은 수였던 거야. 

 

오히려 우리 팀 공격진에서 가장 공중볼 경합 승률이 높은 박기동과 염기훈에게로 롱 볼을 보내면 윙백과 중앙미들, 그리고 톱의 조나탄까지 총 세 명의 선수가 세컨볼 경합을 할 수 있고, 여차하면 원터치로 스루패스도 가능해져.

 

이렇게 공을 계속 소유하고 있다가 경기를 끝낼 생각이었던 거지.

 

근데 하필이면 잠그려고 넣은 박기동이 들어가자마자 알란에게 오늘 경기 딱 한번 찾아온 오픈찬스가 실점으로 이어졌어.

 

그게 81분이었고, 우리에게 남은 공격카드는 다미르밖에 없었어.

그래서 실점 이후에 박기동이 박스 중앙으로 가고 조나탄이 사이드로 갔던 거야.

우리도 결국 전반전처럼 측면을 뚫어내서 중앙에서 득점해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중앙에서의 볼 점유가 다시 시작됐고 공격을 하다가 경기가 끝났을 뿐이야.

경기는 시작부터 81분까지 모두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갔고, 우리가 설계한 대로 유지됐어.

 

아무리 수준이 낮은 팀과 경기를 해도 한 경기에 오픈찬스를 두 번 줄 수 있어.

다만 광저우는 그 두 번을 전부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 선수들에게도 운이 따라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 골들이 들어갔어.

 

그런데 코칭스태프가 교체타이밍이나 교체선수나 박기동 측면기용 같은 이유로 욕먹는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내 생각은 그래.

 

우리 코칭스태프가 ACL 4강급 팀을 상대로 80분동안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어.

모든 수에서 앞서나갔어. 그냥 저쪽이 로또 두방 얻어걸렸을 뿐이야. 우리 복권은 안 터졌고.

그래서 비긴거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낙양성의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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