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자유 난 2002년부터 수원축구 봤어

염기훈의왼발
1532 17

여기 나보다 수원축구 오래본 형들 많을거야.

나는 고종수랑 이운재가 좋아서 수원축구 보기 시작했거든.

그뗀 고데로라고 해서 고종수 데니스 산드로 서정원이라는 극강의 공격라인이 있었거든.

그런데 한 시즌 잘 놀고 났더니 고종수 데니스 산드로가 한방에 팀을 떠나더라고.

그리고 들어온 선수가 경희고 졸업한 남궁웅, 수원공고 졸업한 정윤성 뭐 그런 고졸신인들이야.

뚜따는 원래 클래스 있는 선수였지만 21살의 에니오는 또 신예급이었지.

공격라인만 그랬나. 수비는 올림픽대표 손승준, 조병국, 조성환, 곽희주. 중원은 권집, 김두현.

갑자기 한방에 팀이 김호의 아이들로 불리는 유망주 팀이 되었어.

아무리 최고의 유망주들이라고 해도 유망주는 유망주들이더라고.

한국축구 각급대표팀을 통틀어 한경기 최다득점을 갖고 있다던 정윤성은 8월이 되어서야 첫 골을 넣었고.

나중에 수원의 레전드가 되는 곽희주는 프로 첫 두경기가 울산 2연전이었는데 탈탈 털리면서 김정우 영웅 만들어주고 역적됐지. 지금 김태환이랑 비슷하지?

여름될때까지 8~9등 왔다갔다했어.

여름 지나면서 나드손, 우르모브 같은 선수들 영입하지 않았으면 2003년도 3위로 마치지는 못했을거야.

그런데 1년 버티고 나니 이 어린 친구들이 다 자리를 잡더라고.

여기에 김대의 마르셀을 더하고 또 팀 전력이 맞아들어가는데 한 반년 걸리더라고.

그땐 전기리그 후기리그가 있었어. 전기리그는 4위로 마쳤는데 후기리그 들어가니까 갑자기 곽희주가 극강모드가 되어버리고 매경기 1대0으로 이기더라고. 그걸로 몇연승 하니까 갑자기 후기리그 우승팀이 되어있더라고. 결국 그 해 챔피언결정전에서 포항과 승부차기를 거쳐 수원이 우승팀이 되었지.


옛날 얘기가 길었네.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야.

한 팀을 새로 만드는 것이 바로바로 되는 것이 아니야. 멤버 몇명 바꾼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감독 한명 바꾼다고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그 최적의 조합이 손발이 맞아들어가는데도 시간이 더 걸려. 2002년 마치고 리빌딩에 들어간 수원이 정상권 전력을 되찾는 데에 1년 반 걸렸어. 긴 기다림이었지만 그 결과는 우승이었지. 2005년에 극강모드였던 수원이 부상자 속출로 추락했다가 2006년 여름 이후 팀을 재건할 때까지 한 1년 걸렸지. 그때도 힘든 시간이었고 선수단 버스도 막고 컵대회 꼴찌도 달려보고 별별 일 다 있었지만 버텨낸 결과는 결국 우승이었어.


오늘 분통 터져서 참을 수가 없지만 나는 그래도 이임생 감독이 가고자 하는 공격적인 축구가 궁극적으로 수원이 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데 동의하는 편이야. 그렇다면 참을 수 없는 결과 앞에서도 한번 더 참으려 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있었어. 라인을 올렸을 때 뒷공간을 커버하는 게 중요하다면 왜 더 빠른 구자룡과 민상기와 조성진은 벤치고 아직 미숙하고 빠르지도 않은 김민호가 선발로 나오는지 그런거. 오늘 패배 성토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고 이의를 제기하지도 말라는 말도 아니고, 다만 나처럼 지금의 수원의 지향이 시간이 지나 팀에 정착되었을 때 우리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각자 마음 속에 팀이 정착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한만큼은 믿음을 주자는 말을 하고 싶어.

염기훈의왼발
2 Lv. 791/810P


작성된 서명이 없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공유

퍼머링크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