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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극혐" 서무새가 드리는 한마디

Quicksilver
913 26

안녕하세요.

그랑블루 시절 운영진을 하기도 했던 이승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실명 밝히고 글을 올리는 이유는 아주 오랫동안 품어왔던 생각을 진지하게 말씀 드리고 싶었고,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누구고 왜 이런 글을 올리는지에 대해 알리는게 맞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어차피 글을 읽다보면 아시게 되실 것. 시원하게 처음부터 밝히고 시작하겠습니다.

네. 저는 여기 적지 않은 분들이 "극혐"이라고 말씀하시는 서무새 중의 한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오늘 사퇴의사를 밝히신 서정원 감독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어쩌면 감독님을 위한 변명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자 한다면 어마어마하게 긴 글을 써야 할 것 같지만, 오늘 이 글은 서 감독님이 수원의 감독이 되신 이후 지금 이 날 이 시간까지 꾹 참고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그러나 정말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만을 하려고 합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모든 것을 책임지는 자리이고 팬들의 응원과 비판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는 자리인지라, 팬들은 경기력, 선수기용, 포메이션, 성적에 요구사항과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고, 감독 또한 그러한 팬들의 기대와 의견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김호 감독님, 차범근 감독님이 계시던 시절에 어줍잖게 프리뷰와 리뷰를 써대기도 했고, 같잖은 의견도 올려보기도 했습니다. 네, 그 마음 누구보다도 잘 알죠.


그렇기 때문에 꽤 오랜시간 수블미를 눈팅하면서도 그런 다양한 의견 때문에 속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글 또한 그러한 의견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약 6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팩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실인 것 처럼 게시판을 지배하고 다니던 이야기. 저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쫄보. 새가슴. 생각이 없다. 자리에 연연한다. 무책임하다. 월급도둑. 승부욕이 없다. 돌정원. 벤치에서 개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기타 등등.


이 게시판에서 언급되던 감독님에 대한 평가들입니다.


네. 경기력에 대한 평가야 어쩔 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눈에 보이는 경기력 자체는 저로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니 답답한 경기를 보면서 화가 나는 심정도 이해가 되고, 경기만 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경기력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고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아실 수 없을테니 그 화와 분노가 팀을, 그리고 감독을 향해 쏟아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구단과 단장과 그리고 지금은 없는 대표이사에 대해서까지 할 말이 무궁무진 많지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독님의 책임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서무새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무새로서 단언코 말씀 드리는데, 저 위에 평가된 "축구인 서정원" 혹은 "인간 서정원"에 대한 평가는 모조리 다 틀렸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그 누구보다도 "축구인 서정원"과 "인간 서정원"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기에 단언할 수 있습니다. 


수블미를 알게된 후 이곳에서 쏟아지는 저러한 말들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사실에 대한 비판이 아닌 맹목적인 비난과 조롱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감독님의 생각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고 있는 제가 감독님을 변호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오히려 그것이 감독님에게 누가 될까 걱정되어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만 두시게 된 이 상황에 누군가는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독님을 위한 변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수원을 위해 고민하셨고 노력하셨습니다.

그 누구보다 이기고 싶어하셨고, 수원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하셨습니다.

그 누구보다 선수들과 코칭스탭을 챙겼고, 그 책임감으로 여기까지 버텨왔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팬들을 이해하고 사랑하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안 보이는 곳에서는 대통령 욕도 하는데 뭐 어떠냐.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감독이 자초한 일이니까 욕먹어도 싼거 아니냐.

네. 할 수 있죠. 근데 그 것이 그냥 그대로 옳고 가능한 일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롭게 한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굳이 어떤 법의 몇 조 몇 항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것이죠.

다만 대부분의 욕과 조롱의 경우 당한 사람이 그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것 뿐입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서정원 감독님이 수원을 위해서 어떠한 상황과 조건에서 일하신 것인지, 얼만큼 애쓰고 노력하셨는지 다시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단순히 시간이 지난 후의 추억보정이 아닌 "팩트"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셨던 분들이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또한 바랍니다.


감독님이 떠나셔도 수원의 축구는 계속 되어야 하고,

저 역시도 예전 20대 때처럼 자주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꼬박꼬박 자리하는 W1구역에서 그 축구를 보면서 응원하고 소리치고 아쉬워하고 화내고 그럴 겁니다.

서무새이지만, 그 이전에 수원의 지지자니까 당연히 그럴겁니다.


감독님이 사퇴하시는 날.

할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한 서무새 1인이 긴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감독님의 사퇴를 지지하시는 분들과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동안의 도를 넘은 조롱과 비난.

이제는 멈추어 주시고, 한 번 뒤돌아 봐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단지 그거 하나입니다.


Quick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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