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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블춘문예]할아버지의 꿈

풋볼제너럴킹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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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는 94년 생이다. 초등학생 때 증조부가 받아오는 공짜표에 이끌려 수원경기를 가끔 보셨고 대학교 들어가고부터 수원경기를 본격적으로 봤다고 한다. 가끔씩 할아버지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어째서 60년째 우승도 못하는 팀을 보면서 저러고 계신지 알 수가 없다.

맨날 입에 달고 사는 말은 두가지다.

'올해는 꼭 우승을 할게다. 컵스도 100년만에 우승했어'

'이 빌어먹을 놈들 내가 저 감독ㅅㄲ 짤리는 날까지 경기장을 가나봐라. 저 양반은 나이가 90이 되도록 안잘리고 뭐하는겨!'


할아버지한테 매번 묻는다.

'할아버지 왜 욕하면서 맨날 지는거 구경하러 가는거에요'

그럴때면 할아버지는 아무말도 없이 회초리를 들고와서 사정없이 두들기셨다. 그리고는 한마디 하신다

'올해는 꼭 우승 할거다! 우승한다고!'

할아버지가 분노가 폭발해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날이 아주 가끔 있는데 그것이 며칠전 부천전이었다. 3대0으로 이기던 팀이 수비에서 쇼를 하면서 4대3으로 진것이었다. 할아버지는

'다 집어치워라 ㄱㅅㄲ야' 하면서 리모콘을 던졌고, 할아버지가 1년 동안 쓰실 모든 욕을 거기에 다 쏟아 부으셨다. 우리 아버지도 나와서 말렸지만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방으로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의 극대노는 결국 '망할 영감탱이가 또 ㅈㄹ이여'하며 할머니가 나와서 국자로 두들기고 나서야 진압이 되었다.


또 할아버지는

'내가 다시 경기장을 가나봐라! 티비로도 안본다! 저 서정원인가 뭔가는 100살이 되어도 살아있네'

'저래도 언젠가는 우승할거야'


그리고 정말로 할아버지는 경기장을 가실 수 없게 되었다.

진짜 축구보면서 혈압이 터지신건지 고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의사는 할아버지에게 축구는 몸에 해롭다며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도 할아버지의 몸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산소호흡기까지 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어느날. 할아버지가 갑자기 간호사에게 텔레비전을 가르키며 축구를 틀어달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수원의 운명을 판가름할 리그 최종전이었다. 하도 사정을 해대니 축구를 틀어주었다.


'예 슛!!! 수원의 득점! 1대0으로 앞서갑니다!'

'2대0! 수원! 점점 우승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3대0! 우승을 가로지을 최종전이 이렇게 싱겁게 일방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좋지도 않은 몸을 들썩여댔다. 저러다 죽는건 아닌지 몰라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진정시키느라 온 힘을 집중시켜야 했다.

그리고 90분의 시간이 다 지날 무렵...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수원! 결국 후반기에 무패를 달리더니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 말과 함께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눈물과 함께 할아버지는 눈을 감으셨다. 하지만 불쌍한 할아버지는 뒷말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아니 아마 안듣고 가신 것이 나았을 수도 있다.














'예! 수원의 K리그 1 자동승격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2069 K리그 2 최종전 중계를 마치겠습니다. 여기는 안양입니다!'

풋볼제너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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