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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센치한 늦은 밤

20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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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염기훈 선수의 은퇴식이 어떨까 감히 상상을 해본다.


때는 어언 2020년,


이번년도 은퇴하네마네, 아직 일년은 더 뛸 수 있네 하며 수블미에서 갑론을박이 일어날 때쯤,


우리의 26번은 박수칠 때 떠나야 함을 느즈막히 리그가 중반부에 치달을 때쯤 이야기하며 스스로


수원에서의 삶을 정리하겠지.


그 누구에게도 흘리지 않고, 무성한 소문과 루머만 돌면서 그렇게 26번 선수의 선수로서의 삶의 종착역에 다가가겠지.


갑작스런 은퇴소식과 함께 몰려오는 서포터들의 어찌할바를 모르는 작은 긴장감과 허탈감, 이미 저 멀리서부터 오는 형태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우리의 심장 혹은 폐 한 부분을 차지하겠지.


언젠간 떠날 줄 알았지만, 너무 준비없이, 20대 초반의 스쳐가는 사랑처럼, 전혀 준비되지 않았던 우리는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겠지.


누군가는 트로피를, 누군가는 이적료를 안겨주는 것이 좋은 선수의 기준이었다면,

우리의 26번은 수원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부터 우리의 이별을 준비해야하는데, 지금부터 준비해도 2년, 혹은 3년 뒤에 밀려올 슬픔을 감당 할 자신이 없는데,


차라리 실력이라도 점점 하락한다면, 떠날 보낼 마음이 커질까. 


우리의 캡틴을 보내기에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깃발? 퍼포먼스? 우리들의 추억이 가득 담긴 한장의 걸개?


머리속은 잔뜩 준비를 하겠지만 막상 그 날이 다가오면 우리의 26번도, 나도, 그저 하염없이 울다 끝나는 그런 싱거운 은퇴식이 되어버릴까 벌써부터 두렵다.



20년째
14 Lv. 18648/20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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