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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뭐? 커트코베인이 자살을 했데~

이성남
964 6

안녕하십니까?



지난 밤 여운이 가시지 않아 글을 쓰고자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하나 둔 40대 가장입니다.


먼저 눈을 호강 시켜주고 목메는 고구마 100개 먹은 속을 뚫어주는 사리치와 한의권이 너무너무 고맙네요.


경기가 끝나면 복기를 하듯 다양한 의견을 이곳 수블미에서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우리의 안티콜에 대해 왈가왈부 하시고 계시네요


저도 조심스럽게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학창시절 가요톱텐을 보며 좋아하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적으며 노래를 불렀더랬죠


가요톱텐이 시작되면 녹음이 되는 카세트 플레이어를 텔레비젼에 대고 녹음하고 이를 반복해 들으며 가사를 적어서 들리는데로 막 불렀는데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가요프로에 나왔을 때 혹평을 하던 음악평론가와 유일하게 대성할 신인이 나왔다던 '강헌'평론가가 기억에 남고,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더니 가격텍이 붙어있는 멜빵바지와 벙거지모자를 쓴 수많은 아이들이 기억에 남으며 김수희 아줌마와 서태지와 아이들이 텔레비젼에 같이 나올 때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봐야한다며 엄마에게 대들다가 뒤지게 맞았던 기억도 나네요.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게되어 올라가서 서태지와 아이들을 반드시 만나리라 기뻐하던 96년 1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연예프로에서 뒤늦게 보고 넋이 나가 괜히 대학로에서 소주 마시고 질질 짜던게 기억이 나네요.


서태지에 심취해 있을 때 외국 락음악에 빠져있던 동갑내기 사촌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신기한 종자는 우리집에 같이 살았는데 성문기본영어도 모르는 놈이 신기하게 영어로 샬라샬라하며 노래를 부르더군요. 미친놈이라고 단정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어느날...


고등학생이던 미친놈이 술이 꽐라가 되서 집에 들어왔는데 술먹었으면 조용히 짱박혀 자던가... 주사를 부리며 집을 들었다 놨다 하던 일이 있었어요. 엄하기로 하늘아래 둘째가면 서러운 우리 아빠에게 귓빵맹이를 맞고 진정이된 미친놈이 지 방에 들어가 들어가길래 따라들어가 이유를 물어보니 "커트코베인이 자살을 했데"하며 질질 짜더군요. 커트 코베인이 누군지 모르던 저는 역시 이놈은 미친놈이 맞다고 다시 한번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미친놈이 들려준 'smells like teen spirit'은 제가 락에 빠지게 되는 동기가 되었고, 공부하라고 서울 보냈더니 홍대에서 첫차 다니기를 기다리던 미친놈이 되어버렸지요~ 나중에 울아버지와 외삼촌은 서로 니 아들 때문에 우리아들이 미친놈이 되었다고 술자리의 안주가 되어버렸지요.


인터넷도 없고 외국 음악을 비롯한 문화(특히 일본 문화)는 배척해야한다며 공중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던 시절 커트코베인이 자살했다는걸 어찌 알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야~


이토록 저에게 음악이란 건 마치 사진과 같아서 그 노래를 들었던 당시의 추억이 기억에 각인되어 이따금 생각나게 하는데요. 수원이라는 팀을 이날까지 쫓아다니도록 만드는데 8할은 우리의 응원가와 문화였다고 생각해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응원이 단순한 구호를 외치는데서 나아가 한 곡의 노래같은 우리의 응원가와 비가오나 눈이오나 무거운 악기를 연주하며 하나같이 서서 피치위의 선수들을 향해 기를 불어넣는 응원을 보며 나도 저곳에 소속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막상 N석에 가보니 가사도 모르겠고 어색했는데 들리는데로 따라불러도 누구하나 눈총 주지 않고 모르는 사람과도 어깨동무하며 어울리니 참 좋더군요. 골 넣고 오블라디 한번 뛰고 나면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게 좋았어요. 설마 우리가 지겠어? 하던 팀이 설마 오늘도 지는거 아냐? 하는 팀으로 바뀌며 응원석에서 함께 욕하는 사람도 늘어나더군요(사실 욕하는 사람은 항상 있었어요~)


안티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나도 몰라. '심판 눈떠라'는 들었을 때 재미있었고~ 나도 처음 'ㄴㄱㄷㅈㄹ' 들었을 때는 이상한 기분이들더라. 지금은 나도 누구보다 크게 안티콜을 하는 입장이야~ 어제는 아내와 E석에서 봤는데 나만 콜하더라(뻘쭘) , 안티콜은 내 생각에는 전혀 해롭지 않다고 생각해.


나도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어~ 아내는 경기보다가 소리지르는것도 이해못하는 편이고 아들은 종종 나보다 더 흥분해서 보는 녀석이야. 이녀석은 N석에서만 보려고 하는데 어느정도 욕에는 내성이 있는거 같기는한데~ 부모 입장에서 욕설을 듣게 하는건  좋지 못하고 판단해서 잠시 W석이나 E석으로 피난을 간적도 있어. 다시 N석으로 가자고 아들이 말을 하며 나한테 이러더라.

"아빠 요즘 애들 저거보다 더 심한욕도 많이 해요~ 욕하는거 나쁜거 저도 알아요~ 친구들이 욕많이 한다고 저도 하는건 아니에요~"

또 아내는 피난 갔던 W,E석 왜 이렇게 됐냐고(아무도 응원 안하고 경기만 보는거) 하며 다시 N석으로 가자고 ㅎ해서 우리는 N석에서 봐(어쩔때는 코어, 어쩔때는 사이드 구석)


물론 아이들이 욕설에 노출되는게 좋지는 않지~ 되도록 좋은말을 쓰고 좋은걸 보게 하는게 좋지~ 하지만 그렇게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다들 그러지 않아? 욕은 학교에서 제일 먼저 배우잖아~ 그리고 지금 욕 안쓰는 사람 있어?


나는 요즘 경기를 보며 아들에게 왜 안티콜을 하는지 이유를 알려주고, 심판을 향해 욕하는 사람이 있으면 심판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하는것 같아서 욕하는건데 우리보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 보겠지 또는 심판도 사람이라 잘 못봤을 수도 있어~ 등등 이유를 알려주며 보는 중이야.


안티콜로 말들이 많이 시끄러운데~


나는 수원의 응원 문화가 좋아~ 그들의 음악이 좋고 그들의 열정이 좋아

안티콜도 그걸 듣는 상대 팀이 들으면 기분 나빠지는 효과도 있고, 그걸 하는 내 속도 후련하고 좋아

우리 콜리더 출신성분등으로 말들이 좀 있었는데~ 우리 반다 우리 콜리더 이하 리딩그룹분들 너무 고마워~

흔들리지 말고 리딩해줬으면 좋겠어~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우리는 한 팀을 응원해~


수년부터 수십년을 다른환경에서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온 사람들인데 생각이 서로 다를 수 있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지는 말자~


잊지말자 우리가 싸워야할 상대는 상대팀이야~



추신

1. 어제는 인천 넘어오는 광교 정류장에 아무도 안계시더라...  나도 카니발 하고 갈걸 후회했음ㅋㅋ

2. 아내와 둘이와서 이긴거 보는게 무려 3년 만이야~ 상주는 안데려 갈거야 북패전때 같이 가서 승리의 징크스 만들어보려고 ㅋㅋ

3. 상주전 같이 갈 사람 쪽지 줘!(편도임)

   차비 안받음/ 휴계소 들르면 우동 사줌/ 나 혼자 타고 감

이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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