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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리그] 기분좋게 이겼으니까 관전기

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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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일 연속 주말출근. 스케쥴 근무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라 타격이 커서 얌전히 집에 갈까도 싶었지만,

회사가 강남역이라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 새 3007번 타는 곳.


2. 

정말 아름다웠던 하늘, 

간만에 뽀송하고 선선했던 저녁. 종다리가 큰 일 해 준 듯. 근데 부활했다며... 


3.

포메이션이 3백이라 경기장 가는 내내 굉장히 불안했음.

하지만 생각 외로 괜찮은 경기력을 선보였는데,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고 생각해.


첫 번째는 볼 스피드.


우리 경기 보면서 그 동안 답답했던 것 중에 하나가 공이 움직이는 스피드가 너무 느리다는 것.

여기서 '공이 움직이는 스피드'의 의미는 선수끼리 공을 주고 받을 때의 공의 스피드랑,

'선수가 공을 받아서 다시 내 주는 스피드'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오늘은 둘 다 썩 나쁘지 않았다고 봄.


선수끼리 패스할 때 공 스피드는 

주로 수비진 간 패스할 때나, 미드필더랑 수비진 간 패스할 때 

그 동안 뭐 때문인지 너무 살살 주고받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오늘은 템포 죽일 때 말고는 대체로 스피드를 싣고 때려주는 느낌을 받았음. 


이게 왜 중요하냐면-


패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트래핑을 완벽하게 해서 공을 내 걸로 만들었다는 가정 하에' 

상대 수비가 나를 막으러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거든. 

그 사이에 줄 곳을 확인하든지, 치고 나가려는 결정을 하든지.


또 이게 빠르게 되면, 사이드체인지하는 스피드가 빨라짐.

우리는 시간을 벌게 되고, 상대는 우리편을 막으려고 더 '빠르게' 뛰어가야 함. 


두 번째는 사리치


이녀석 훌륭하네. 트래핑, 시야, 패스, 체력, 몸싸움 다 되네. 킥 파워도 준수하고.

지난해 다미르가 아쉬웠던 점이 보완되어 나온 캐릭터 같달까.


특히 오늘 사리치를 좋게 봤던 점은 

좁은 공간에서 2:1 패스를 유도해서 전진하려고 했던 점.

박형진이든 조원희든, 패스를 준 사람의 조금 앞, 그리고 상대의 뒤에다가 '톡' 하고 차주는데, 어우......

이게 그동안 미드필드에서 태생적으로 숫자가 모자라서 고생했던 우리 팀에게 정말 유용한 솔루션임.


마지막은 강원.


우리편 공의 흐름이 괜찮고, 사리치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원인, 

다시 말해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강원.


블샤 형 글을 계속 봐 온 사람이라면, 

혹은 수원 경기를 꾸준히 봐 온 사람이라면,

수원이 3백을 들고 나왔을 때 문제가 가운데 미드필더들이 너무 고립된다는 거 알고 있을거야.


근데, 오늘 강원 상대로 우리 미드필더들은 크게 고립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음.


그 이유는 강원의 전략.

강원의 전후반 전략 기조는 움츠렸다 역습- 이더라. 미드필드 안 거치고 윙으로 뻥.

전반전은 왼쪽 디에고, 후반전은 오른쪽 정석화 중심.


근데 전반은 너무 많이 움츠려서, 1-2선을 너무 촘촘하게 세워 놓는 바람에 

우리 미드필더들 압박하러 올 수가 없었고,      

한 골 먹힌 후반은 지쳐서 그런지 공 수 간격이 너무 벌어짐. 정확히 4-1-----------1--4 요런 식으로.


괜찮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하고, 윙-포워드가 괜찮은 강원 특성 상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뻥 때려넣는 축구가 유리하다 판단했겠지만,


우리도 미드필드에서 압박당하느니 차라리 그게 좋거든...(흐흐)


4. 후반전 3백 유지

제리치 투입 이후 곽광선-노동건이 제리치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니까

세오가 바로 구자룡을 투입시켜서 제리치랑 맞다이를 띄워 버렸지. 어떤 형들은 4백 전환 안한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었는데, 


위에도 썼지만, 강원은 후반에 공격할 때 제리치를 필두로 4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더라.

대신 상대 미들이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으니, 3백을 유지하는 게 기본적으로 옳았다고 보였음.

4백으로 4명 잡는는 훈련 같은거 했을 것 같지 않고...


덕분에 역습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지만, 이겼으니- ㅎㅎㅎ


5. 아쉬움

조지훈이 지난 경기에서 '탈압박 걱정 안 해도 되는 패서'의 무서움을 보여줬는데,

교체카드에 여유가 있었다면 오늘 후반에도 나왔었으면 한 경기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듬.

바그닝요...... 큰 부상 아니었으면 좋겠네. 인대 쪽 부상은 더더욱 아니었음 좋겠고.


6. 마무리

마무리로 오늘 이뻤던 빅버드 파노라마 사진 한 장 투척. https://i.imgur.com/HOVxMJv.jpg


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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