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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오늘 사건 원인 당사자가 쓴글 (전문)

빠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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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 참.. 씁쓸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축구장이 무섭다며 제손을 잡고 놓지 않는 11살짜리 아이를 다독이며 왔고..

그래.. 취미는 취미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좋은 것만 기억하자고 하면서 집에 오는데..

인도에서 수원원정팬 한분이 뒤를 쳐다보고, 시계를 쳐다보고 오시길래..

급하신것 같아.. 차를 세우고.. 급하시지 않으면 터미널까지 태워주신다고 하여 터미널에 태워드리고 왔습니다...

ㅎㅎㅎㅎ 덕분에 아이 기분도 풀어지고 좋네요..


네.. 아무래도 제가 원인제공을 한듯 싶습니다..

먼저 이제부터의 상황은 제가 실제 본 상황까지만 적겠습니다.

저도 못본 상황이 있어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2명이 퇴장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멋지게 뛰어준 선수들..

N석쪽 골대 앞 페널티 에어리어 쪽에 하얗게 불태운 후 누워있는 선수들을 보며.. 박수를 쳤고,

그 선수들을 졌지만 칭찬해주며 박수치는 수원 서포터즈들을 보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 하나둘씩 일어나 경기장 중앙에 모이는 선수들 사이로 어떤 한선수가 페널티 박스쪽에서부터 중앙까지 잔디를

계속 발로 차면서 중앙으로 오는 겁니다..

네..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그 선수에게 눈이 갔던 것은 사실입니다.


선수들이 서포터석 앞으로 가서 인사를 하고 락커룸으로 들어가는데도..

일부러 잔디를 발로 차며 제 앞으로 오더군요..

'응? 아까 그 선순데...?? 20번...??곽광선???'이란 생각에

선수를 불렀습니다(아..뭐.. 욕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핸드폰 동영상을 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곽광선!!!" 선수를 불렀죠..

그랬는데.. 양팔을 벌리며.. "뭐!!뭐!!"하며 옵니다.. 그때 옆에서 어떤 아저씨..

아무래도 사진이 찍히신 분 같은데..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옆에서 뭐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잔디를 왜 그래요~"라고 하고.. 말했고...

이때 경기진행요원이 와서 곽광선 선수를 데리고 갔고...

저희 앞에도 경기진행요원이 그만하라고 말리고 있었는데...

검은색 옷을 입은 수원팬분이 경기장 안쪽에 와서 "뭐!!!뭐!!!"하며 우리에게 얘길 했고..

우리쪽에 있던  경기진행요원이 그 경기장 구석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일단 제 앞쪽 상황은 이게 끝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레머니를 하는 우리선수들과 인터뷰중인 이동국, 김민재 선수를 보고 있었는데..

뒤쪽이 시끄러워 보니..우리 가족 옆에서 있던 아저씨가 수원팬과 싸우는 것 처럼 보였고..

몇명의 경기진행요원이 서둘러 막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경기장을 빠져 나가려는데..

경기장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고, 속상한 마음에 사진을 찍고 있는데..

수원팬중 한 여성분이 "야!!! 야!!! 너 이리와!! 이리오라고!!!"하길래..

저 스스로를 가리키며 "저요??"그랬더니.. "그래 너 오라니깐??"이라고 하면서 뭐라고 하셨는데..

이쪽에서 다른 분들이 가지 말고, 대꾸하지 말라고 하는 얘길하길래 그 얘길 듣느라 못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있고, 저도 그리 얽히는게 싫어.. 뒤돌아섰는데..

제 귀에 들린 한마디.. "니 아들.....어쩌고 저쩌고..."

하... 제 11살짜리 아들 욕을 하네요... 아이는 무서워서.. 벌벌떨며 우는데..

솔찍히..정말 화가 많이 났지만.. 내가 흥분하면.. 아이와 직관나들이는 다시는 못할꺼 같아...그냥.. 돌아서서 왔습니다..


아이는 울고, 덜덜 떨고 있고...

4년째 전북 유스 보급반을 다녔지만 축구보단 마냥 뛰어 놀기에 바쁜 아들.. 그러다 작년 말부터 축구에 재미를 붙여..

이제 자신이 먼저 축구장 가자고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덕에 4년째 가족모두 시즌권을 끊고, 4식구가 축구 직관을 다녔는데..

하~~~


암튼.. 아들을 달래고 오는 길에 택시를 잡으려고 하지만 잡지 못하는 수원팬분이 계셔서..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고 오는 길입니다.

다행히 그분이 적당히 농담도 해주시고 이런저런 얘길 해주셔서.. 아이 기분도 나아졌고, 웃으며 돌아 왔네요..


사실 짧은 영상이 있긴 합니다..

근데.. 초반에 얽힌 몇몇 분의 얼굴이 바로 앞에서 노출되어 있어서 올릴 수가 없네요..


좀 착찹합니다.

맹세코 이런 결말을 원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우리 경기장..우리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인데..그 경기장을 훼손하는 것을 보고 누가 기분이 좋을까요..

바꿔 생각해보세요.. 빅버드에서 전북선수가 잔디를 훼손하고 있다면.. 수원팬분들... 그냥 보고 계시나요???

전 그냥.. 손 한번 들고, 고개 한번 숙여 주길 바랐습니다.

이런 싸움이 날지도 몰랐고, 제 아이를 향한 욕을 들을 줄도 몰랐습니다.

하~~~


저와 아내, 고2딸, 초4아들의 가족 취미가 축구관람인데...

왜.. 하필 w석으로 시즌권을 끊었는지.. 원망도 했습니다.

불과 몇분전까지만 해도 우리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그 팬들에게 박수를 쳤는데..


무리를 일으켜 죄송합니다..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빠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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