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홍철의 마지막 ‘빅버드 원정’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홍철은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늘 빅버드에 오면 내 안방처럼 마음이 편하다. 우리 집 같다. 오늘도 즐거운 경기였다. 비록 상주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나를 응원해 주는 팬들의 목소리도 들려와 고마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후반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걸 아쉬워했다. “발목을 접질려서 교체됐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딱 팬들이 좋아하는 스코어를 만들어 놓고 나간 것 같다. 2-0보다는 2-1이 재미있는 스코어 아닌가.” 경기가 끝난 뒤 수원삼성 소속이던 홍철과 신세계, 김민우가 수원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발목 부상이 심한 것 아니냐”고 묻자 특유의 유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 다쳤으면 2-2까지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다쳐서 아쉽다. 하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 군인 정신으로 ‘삭발’도 했겠다 못 이겨낼 게 뭐가 있겠나. 빨리 복귀할 생각이다.” 홍철이 말하는 ‘삭발’에 찔리는 게 많았다. 지난 3월 <스포츠니어스>에서 상주와 아산 선수들의 머리 길이를 문제 삼자 국군체육부대와 경찰대학에서는 이를 즉각 조치한 바 있다. 선수들의 두발 규정을 단속한 것이다.
홍철은 웃으며 “누구 덕분에 이렇게 됐다. 축구 종목 뿐 아니라 국군체육부대 전 부서가 삭발을 했다. 부대에서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 한 소리 듣는다. ‘축구 때문에 이게 뭐냐’는 소리를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는다. 누구 덕분이다.” 홍철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속속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상주 선수들의 눈총이 느껴진다. 홍철은 “요즘 활약이 뛰어나다”고 하자 “삭발해서 몸이 가벼워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풋픗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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