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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장문)오늘도 취업에 실패했다.

그만속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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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하겠다며 홀로 서울에 올라 와

부모님께 5년간 민폐를 끼친 뒤에야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서른이 훌쩍

넘는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그 결과 서류만 40곳 이상 탈락하는

쓰디쓴 현실을 맛봤고 그 중에서

단 한 곳만이 면접보러 오라며 연락이 왔다.


하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된 면접 경험이

없었기에 당.연.히.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돌아왔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도 면접관들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자신에게 관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던 그 사람들.. 그 얼굴들을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는

그는 공무원을 준비하던 당시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던 악플 달기를 떠올렸으나

이내 그만두기로 마음 먹었다.


백정오랑캐라는 유치하지만

자극적인 닉네임이 활동 초반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그 팀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욕을 할 때면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지만 이마저도 요즘엔 반응들이 시원찮고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허기진 배나 채워야겠다고 생각하며 싱크대로 갔지만

쌀은 물론이거니와 라면 하나 없는 집구석과

천 원 짜리 지폐 두 장이 전부인 지갑을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스마트폰을 다시 쥐어 들었고 그는 마음속에 

들끓고 있는 모든 분노를 터뜨려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이 포털 사이트 댓글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아 새로운 방법을 찾던 중

수블미라는 커뮤니티를 발견하게 된다.


수블미와 같은 커뮤니티를 경험해볼 수 없었던, 

매수팀의 열렬한 팬인 그는 

왜인지 모를 전투력 상승과 함께 회원가입을 한다. 

그리고 회원가입에 필요한 정보를 넣다가

닉네임란에 멈춰섰다. 


닉네임을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그는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여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친구도 만나고 연애도 하는,

그런 보통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을 담아낸

두 글자 '사람'으로 결정한다.


비록 항상 따라잡고 싶었던 그 팀을 욕하는 뜻도,

매수로 쌓은 실력이지만 k리그에서 잘나가는 그의 팀을

응원하는 뜻도 아니지만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모습을 

가장 잘 담아낸 닉네임을 달고

게시판에 새 글을 휘갈겨 적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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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는데 영감이 떠올라서 

걍 소설 써봄




그만속고싶다
12 Lv. 14551/15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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