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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수블미 문학] 그래도 마음만은 푸른색이었다.fiction

BlueWhelk
426 19

[본 문학은 사실과 무관합니다.]



"... 내가 넣는 마지막 골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감정이 복받쳤다."

.

.

.


2년 전.


이제 내게 돈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적어도 내 두 아들들에게는.

중국에서 거액으로 돈을 벌 만큼 벌면서, 나는 이제 '부'에 대한 욕심은 깨끗하게 잊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커지는 생각은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와 '명예로운 은퇴'랄까.


중국의 상황은 좋지 않다. 이곳에서 뛰면서 든 생각은,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가 주(主)였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축구를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 축구 시장이 커지면서 거물급 선수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며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슈퍼머니'의 영향 탓인지, 우리 팀은 나를 포함해 외국인 쿼터의 수를 초과하게 되었고

그렇게 '노장'에 불과했던 나는, 팀에서 내몰리고 말았다. 


힘듦 속에서 새로운 팀을 생각해보고 있던 때에, 오퍼가 온 팀들 중 오랜만에 보는 팀 이름들이 문득 보였다.


'쑤온.. 촌북..'


수원, 수원 삼성 블루윙즈, 나에게 많은 기쁨과 영광을 안겨 주었던 팀이다. 리그 우승, 리그컵 우승, FA컵 우승. 나의 커리어에 큰 획을 그어 준 친숙한 팀이다.

전북, 전북 현대 모터스, 작년에 이 팀을 선택하는 데에는 큰 망설임이 있었다. 전북이라면 수원과의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는 팀이었기에, 사실상 가는 데에 많은 고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당시 상황이 좋지 않았고, 전북과 함께하며 또 한 번 K리그 우승을, 7년만에 맛 볼 수 있었다.


2016시즌 K리그 후반기를 앞두고, 중국과 인접해 있는 한국의 두 K리그 명문 팀이 나를 원한다. 두 팀 다 경험이 있고, 두 팀 역시 나에겐 소중한 팀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서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찌됐든 나는 새로운 고민에 접해야 했고, 많이 힘들어 보이던 수원에게 손을 내미려던 찰나에 문득 다른 생각을 해 보았다.


수원은 사실 지난 겨울 이적 시장 때에도 나를 강력하게 원했다. 


하지만 나는 이를 극복해 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들은 나이가 든 나를 충분히 이해해주겠지만... 어쩌면 오히려 나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레전드'로 추앙받고 사랑 받았는데, 이를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독일에 있었을 때, 수원의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수원의 또 다른 '레전드'였던, 윤성효 감독의 사임이었다.


한 번 지정된 레전드가 실패를 맛보면, 다시 인정받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그들의 마음을 일부러 접어야 했고,

나는 결국 그들과의 협상을 결렬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번의 끊이지 않는 러브콜은 당장 골을 넣어줄 수 있는, 공격적인 축구를 해 줄 수 있는 그런 '특급 인재'가 필요해서 찾는 러브콜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수원에 큰 공헌을 해 주었던 선수라고 본다면 맞겠지만, 지금 이 몸으로는 그들에게 기대 이상치의 실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도 맞기 때문이다.

많은 수원 팬들은 나를 기다릴 것이고, 나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서른 넷의 내 몸은, 그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의 협상을 '다시' 그리고 '일찍' 결렬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어쩌면 후회될, 이제는 두 번 다시 잡지 못 할 기회였지만, 우선은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원에 대한 이적설을 조금 더 지켜본 결과, 대구의 '조나탄'이라는 선수와 맞닿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나탄 선수의 활약을 보고, 나는 결심했다.


"그래, 조나탄이라면... 나 대신 수원을 승리로 장식해 줄 수 있을거야..."



조나탄과 조심스럽게 연락이 닿았고, 나는 그에게 '수원행'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그들이 얼마나 좋은 팀이고, 얼마나 좋은 코치진과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등을 소개하며, 지금 그곳은 너밖에 해결할 수 밖에 없는 팀이라며 짐을 싸게끔 유도했다. 


대구 팬들에게도 자연스레 미안해지지만, 그들에게는 조나탄이 절실하게 필요해 보였다.


조나탄은 망설이는가 싶더니 끝내 수원과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이를 본 나는, 안심을 하며 다음 달인 7월에,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들과 계약을 맺고, 다음 시즌을 맞으며 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전북에서, 축구계에서 은퇴하겠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모았지만,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수원을 적으로 보기가 싫었다.


그들을 적대적으로 만난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최 감독은 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계속해서 수원을 만날 때면, 나를 출전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어느 덧 나의 마지막 경기.


마지막 경기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은퇴를 선언하긴 했지만, 몸은 아직 더 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가족들도 나를 피치 위에서 더 볼 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 경기를 끝으로 적어도 K리그는 떠날 것이다.


그리고 마침, 마지막 상대도 나의 최고의 팀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이었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었던 우리지만, 상대가 수원이었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모두가 경기장에 나섰다.


나 역시, 이번만큼은 마지막 경기기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수원. 그들의 '전북만큼은 이기겠다.'라는 투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전북'은 패배했지만, '에두'는 패배하지 않았다.



수원에 대한 마지막 인사로 감정이 복받친 득점에도 성공했고, 양상민, 염기훈, 조나탄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으며,

또 다른 브라질리언이었던 산토스와도 깊은 공감과 함께 뜻밖의 조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K리그를 떠난다는 것은 굉장히 마음 아픈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더더욱 전주에서 수원을 상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전북에서 뛴 -2015년을 포함해서- 2년 반은 나에게 큰 기쁨을 준 동시에 큰 슬픔도 안겨주었다.


그리고 조나탄은 수원을 넘어 K리그의 득점왕은 물론, 팬들의 투표로 인해 선정된 '팬타스틱 플레이어'가 되어주었고, 심지어는 한국 귀화까지 고려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이적 선택 덕분에, 내가 조금 비난을 샀어도, 모두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두시즌이 되었다.


이제 나는 K리그 무대를 영원히 떠난다. 두 번 다시 함께하지는 못 하지만...





" 그래, 그거면 된거야. "








내 이름은 에두. 아니, 푸른 심장의 에두이다.


에두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끝.

- BlueWhelk, <그래도 마음만은 푸른색이었다.>







BlueWhe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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