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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성남전: 변 감독의 첫 홈경기, 그리고 첫 승

lonely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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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퇴근하고 집에서 경기를 기다리는데, 이날따라 시간이 그렇게 안가더라...심지어 비때문에 집에 오는 게 늦어졌는데도 그랬음. 그에 비해...경기시간은 거짓말처럼 빠르게 흘러갔더랬지...)


1. 변 감독의 주 전술은 4-1-4-1. 그걸 감안했을 때 피터 출전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던 부분이었음. 다만 단 하루만에 선발로 뛸 줄은 몰랐지...오히려 직전경기 풀타임에 승부차기까지 찼던 이종성이 선발로 나올 줄은 몰랐음. 그것도 원볼란치로...거기에 공미 역할로 나온 건 김보경...뭔가 이게 맞나 싶은 느낌이었는데...이게 맞다 라는 걸 확인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지. 그리고 경기 내내 그걸 느낄 수 있었지...피터 하나의 가세가 다른 중앙 미드필더들의 부담을 많이 줄여주는 데 기여하는 부분이 컸다. 게다가, 피터와 김보경이 그리 많이 겹치지도 않았지. 윙들과 연신 자리바꾸고 올라가고 하면서, 그리고 빈자리를 뮬리치가 내려와주고 하면서 우리 중원은 전 경기들보다 더 탄탄하게 돌아갔고, 상대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움직였다. 전방압박은 원활하게 지속되었고, 상대 빌드업 과정에서 공을 따내어 역습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 앞으로를 유지했고, 결과는 3:0. 완승.

1-1.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도구라도 있을 때 문제. 박투박이라는 도구 자체가 고승범이 떠난 이후 우리에게는 없었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피터를 영입함으로서 다시 찾을 수 있었지. 곧 청주에서 홍원진이 합류하게 될 것이기도 하고(최윤겸 감독이 오피셜 아닌 오피셜을 때려버렸...ㅋ)...갑자기 우리에겐 박투박이 둘이나 생겼다. 김성주도 활동량이 굉장한 선수라는 점에선 최대 3명까지도 운용 가능(단, 김성주는 이 자리에 서려면 좀더 피지컬이나 경험을 더 쌓아야 할 것 같다). 그리 염원했던 자리를 이적시장 열자마자 해결해버린 프런트는 갓런트인가...ㄷㄷㄷ

1-2. 또 한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수비가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것. 이날 수비는 경남전과 같은 기존의 4백 라인이었고, 경남전 이후 같은 4백으로 다시 나서게 되었는데...수비진들이(골키퍼 포함)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는 면도 있고,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상대를 압박해서 공격루트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성공하는 것도 있을 것. 어쨌든 후방까지 몰리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잘 방어해 주는 모습, 그 남은 공간을 키퍼가 잘 처리해 주는 모습, 키퍼와 중앙 수비부터 빌드업이 다시 시작되는 모습 등 많은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좋았다.

1-3. 마지막에 나름 굳히기 들어갈 때 장석환과 황인택이 들어갔는데, 누군가 수비가 빠지면서 4백을 유지할 줄 알았더니 이기제만 빠지고 5백을 형성하더라. 사실 이건 어느 쪽이 더 낫다 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 전술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다. 게다가 그렇게 바꾸고 나서도 장석환과 박승수가 전방에서 빠르게 압박해주면서 프리킥 기회까지 만들어냈고, 그게 쐐기골로 연결되었던 것도 인상적. 교체투입된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을 잘 한다는 이야기고, 나아가 선수단 전체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좋았다는 것. 물론 제일 좋은 건 골 자체였지만...ㅎㅎㅎ


2. 사실 전술적인 부분을 설명할만한 요소가 많지는 않은 게, 이미 우리 감독님이 기자회견에서 다 설명을 하셨...이게 좋다고 해야 하나, 중요하다고 해야 하나...일단 감코진 전술 구상이 매우 구체적이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선수 배치를 하고, 훈련을 하고, 따라오게 만든다. 지식으로 선수들을 이해시키고, 이해된 선수들은 따르고, 일단 따르기 시작하니 금방 익히는 게 아니겠나. 물론 그 와중에 머리 안되고 실력 안되는 선수들은 뒤로 쳐질 것이고, 완벽히 준비된 선수들이 경쟁에서 앞설 것이고...이 과정에서 건전한 경쟁과 함께 원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고...아직은 과도기라고 보지만, 정말 박경훈 단장의 말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우리 준프로들이 이미 감독의 철학을 몸소 경험하고 실천했던 경험이 있어 오히려 알아듣는 면에선 더 빠를 꺼라는 거. 이들은 정말 준비만 되면 바로 나설 수 있는 상태일 것이고, 이미 세 명은 포항전에서 증명을 했더랬지. 여러 가지로 좋은 상황이 맞물리고 있음.


3. 많은 선수들이 교대로 나서고 있지만, 단 한 사람만은 리그, 코리아컵 가리지 않고 부동의 선발로 나서고 있으니 주장 양형모. 골키퍼 코치도 시즌 초와 그대로 가고 있고, 골키퍼 교체에 대한 루머 하나 나오지 않고 있음. 서브만 조성훈과 박지민이 번갈아 바뀌는 중(요즘은 박지민이 서브에 계속 나오는 중). 물밑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변 감독 체제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선수 중 하나가 양형모인 듯. 물론 이운재-정성룡-신화용으로 이어지는 계보와 이운재 시절 ㅎㄷㄷ했던 서브 계보(박호진-김대환) 에 비한다면 선방 능력 등에선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이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뒤에서 수비(크게는 팀 전체)를 조율하고 수비 루트를 조절하는 면에 있어서는 감코진에게 합격점을 받은 거라고 생각함. 그렇게 골문 앞이 안정적인 환경이 되어가다 보니 양형모 본인의 선방 능력도 조금씩 더 올라가는 느낌. 누군가는 막을만한 것만 막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슈팅 루트를 막을만한 방향으로만 한정짓게 만드는 것도 어느 정도는 골키퍼의 능력이라고 보기에(물론 이 부분은 감코진의 수비 전술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만, 그걸 피치에서 직접 조율하는 건 골키퍼) 지금 양형모는 본인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는 편이라고 봄.(어찌 보면 선방 능력이 준수한 편까지는 아닌 골키퍼들이 머리로 살아남으려면 이쪽으로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 최선이겠지.)

3-1. 사족인데...오히려 수비 체계가 흔들리거나 무너져 있는 체제라면 오히려 선방이 빛나는 골키퍼가 나을 수도 있음. 몇몇 이전 감독들 체제에서 노동건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덕분 아니었나 싶음. 이런 류의 키퍼로 빛을 발했던 선수를 꼽으라면 전 뉴캐슬 골키퍼 셰이 기븐. 뉴캐슬 시절 기븐신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앞에서 전설적인 삽질의 연속이었던 일명 3B(또는 BBBC) 라인이 있었기에...나중에 수비진을 대대적으로 갈았는데 죄다 폭망하면서 결국 이적...(이적 직전 리버풀에 1:5 대패당했는데, 5골 먹은 기븐이 평점 9.5점으로 MOM 먹었던...) 맨시티에선 나중에 조 하트에게 밀렸고, 빌라 가면서부터는 점차 기량도 하락...이걸 두고 누군가는 선방은 빼어난데, 그 이외의 능력들(수비 조율이나 경기를 읽는 시야, 능력 등) 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던 거 아니겠냐 라는 의문도 제기하긴 하더라.(물론 기븐은 커리어 내내 뭔가 막장에 가까운 감독들과 만난 것도 불운이긴 했지...전술이 개판인데 수비가 생각대로 움직이겠나...)


4. 피터는 일부에서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모양인데(특히 문전에서 슈팅 날려먹은 그 장면...그건 진짜...ㅠㅠ) 개인적으로 첫 경기임에도 준수했다고 봄. 일단 전술적인 움직임은 완벽에 가까웠고, 그의 활약으로 전반 내내 중원을 우리 것으로 만들다시피 했으니...공격 나갈 때 패스라던가 문전 슈팅 실패라던가 소소한 부분들이 있지만, 겨우 하루 같이 훈련하고 저런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을 줘야겠지. 손발이 안 맞는 부분은 훈련과 실전에서 채우면 될 일이라고 봄.(이제 욱하지만 않으면 되는...ㅎㅎ)

4-1. 곧 홍원진도 합류하는데, 이렇게 되면 DM(원볼란치) 자리의 로테이션도 원활해지고, DM 앞 중미 둘 중 한 자리에 채워질 박투박의 로테이션도 가능해짐. 심지어 이 둘이 동시 출전해서 역할을 분배하는 것도 가능(같은 팀이었으니).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부분들은 정말 우리 프런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잘해주고 있음. 여담으로, 홍원진은 최선을 다해서 남은 경기를 뛰고 온다고 인터뷰했던 것 같은데, 그런 책임감 있는 태도도 기대됨.(물론 다치지만 말고 왔으면 좋겠음. 카드도 받지 말고...ㅎㅎ)

4-2.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이렇게 되면 우리 중원 자원 중에선 밀려날 선수가 있을 텐데...전반도 못 채우고 교체아웃된 최성근은 일단 논외로 하고(팬 입장에선 안타깝긴 하다...하지만...), 계속 로테이션급으로 뛰던 선수들 중에선 유제호. DM도 뭔가 부족하고 박투박도 안되는 상황에서 남은 자리는 공미 자리인데(여기서 뛰었던 경기에서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여기도 강현묵, 박상혁이 돌아온다면(박상혁은 아직 기약은 없지만) 안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님. 무엇보다 김보경이 부활하는 느낌이라 잘 해도 서브일 것 같은 데다가, 개인적으론 툰가라도 이 자리에 세우면 어느 정도는 해줄 것 같은 느낌이라(우리 감독님 생각은 모르겠지만...적어도 팀이 원하는 움직임은 세워두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 경쟁도 쉽지 않아 보임. 감독이 원하는 포메이션 어느 자리에서도 애매해진 느낌...


5. 위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DM자리가 너무 든든해진 느낌. 김상준은 제 옷을 찾아입은 듯하고, 이종성은 이전과는 다른 장악력을 선보이고 있음. 이종성이 특히 무서운 게, DM 자리와 하나 위 3선 자리 모두에서 중원 장악력과 전환패스 등 능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 결국 능력있는 자원들을 적절히 사용할 방법을 잘 찾아낸 게 가장 큰 비결 아닐까 싶음. 물론 우리가 1부 올라간다면 매번 통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다시 부딪쳐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활용법을 찾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할 듯.(거기에 추가 자원까지 온다!!!, 그리고 임지훈, 임현섭 등도 대기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리가 DM인데, 우리 팀에서 이 DM 자리가 이렇게 든든해 본 것도 참 오랜만인 듯한 느낌...(예상 하나만 하자면, 우리 팀 DM에서 국대 나오는 날, 그 날 우리 팀은 우승권 경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진짜 그렇게 되길 바래본다.)


6. 뮬리치는 또 골까지 넣었네. 인터뷰 보니, 감독님은 일단 남은 계약기간동안 뮬리치를 어떻게든 활용해 보겠다는 심산인 듯.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솔직히 바꿀 수 있으면 바꿔야지...), 일단 지시대로 잘 뛰면서 골까지 넣어주고 있는 자원을 마음에 안 든다고 뺴는 것도 문제는 문제일 듯. 변 감독 본인 말대로 건전한 경쟁이 되려면 지시대로 잘 뛰어서 성과까지 내는 자원은 어떻게든 기회를 주긴 해야 하니까...전진우는 계속 적절한 자리를 찾는 중인 것 같고, 김현은 아직 덜 회복된 느낌이고, 구민서나 명준재는...음...로테이션으로 쓰긴 좀 어렵다고 보는 건가...솔직히 지금처럼만 계속 뛰어준다면야 뭐...일단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듯.(또 모르지, 여름이적시장동안 좋은 활약이(특히 골이) 반복되면 뮬리치를 원하는 팀이 나타날지도...?)


7. 황인택은 교체로 프로 데뷔전 치렀음. 이랜드 임대도 가고, 포르투갈 임대도 갔었는데, 결국 프로 데뷔는 우리 수원에서...이것도 운명이었나 보다. 3백 변형해고 방어 모드로 뛰느라 사실 크게 인상적인 모습은 없었지만, 라인 잘 유지하고 위아래로 잘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음. 일단 프로에서 뛸 만한 상태로 어느 정도 스텝업 하고 온 느낌. 이역만리에서 그래도 주전급으로 계속 뛴 게 레벨업이 되긴 했던 느낌. 그 와중에 대표팀까지도 다녀왔고...앞으로를 기대해 봐야 할 듯. 다만 어디서 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왼쪽이라면 서브자리에서 장석환과 경쟁해야 할 것이고, 중앙이라면 조윤성과...어째 중앙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긴 하는데(왼터백이니까)...그런데 여기도 코리아컵에서 장석환이 워낙 잘해주긴 해서...


8. 박승수도 프로데뷔전을 치렀고, 장석환과 함께 3번째 골의 기점이 되는 반칙을 이끌어냄. 잠깐잠깐이라도 제 몫 하나는 다 해주는 느낌. 골이나 어시가 너무 빠를 필요도 없음. 그 자리에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잘 뛰어주기만 해도 도움이 많이 될 꺼야. 한걸음 한걸음 차곡차곡 올라가자!!


9. 경기 치르고 3일 뒤, 바로 내일이 전남 원정...홈경기 치르고 원정, 다시 홈...일정도 빠듯하고 상대도 만만치 않다. 상대 경기 포스터 보니 이를 갈고 있는 느낌인데다(염감 시절 그렇게 대패 당한 팀도 없...) 지난 라운드 휴식까지 취해서 체력적으로도 밀릴 수 있는 상태. 다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대되는데, 과연 어떤 선수들이 내일 경기에 나설 것인지? 코리아컵과는 다르니 아무래도 로테이션 폭이 극단적으로 크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부 선수들은 어느 정도의 로테이션이 필요한 상황(특히 이종성...내일도 풀타임이면 그야말로 철인...아니, 갈려나가는 거지...) 동계 덕분에 우리 체력 수준이 다른 시즌보다 더 좋은 편이긴 하지만(정말 이건 이전 체제에서 잘했던 부분) 90분 내내 같은 퍼포먼스를 내려면 어느 정도의 체력적인 안배도 선수들에게 필요하다고 봐야지.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들이 경기에 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서 훈련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출전 명단과 전술 등 여러 가지로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수 있을 듯. 다만 선수들, 자신감을 갖되, 자만하지는 말자!! 상대는 현재 2위다!! (솔직히 꽤나 힘든 경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라...개인적으론 지지만 않아도 만족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물론 우린 항상 승리를 원하고, 승리를 위해 뛰기를 원하지. 팬들도 그렇고, 감코진도 그렇고...선수들도 그래야지!! ㅎㅎㅎ)

lonely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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