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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손웅정씨의 아시안컵 우승하면 안 된다 발언에 대한 내 생각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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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손웅정씨에 대한 얘기만은 아님. 손웅정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겠음. 아마 다들 알 걸. 그냥 뻔한 축협 욕임. 클린스만 선임으로 대표되는 축협의 수많은 개뻘짓과 '대한민국 축구계'의 한심한 작태.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 아는 그 문제인데, 그걸 한국 축구의 야인이 대신 '소신발언'으로 질러주신 거지. 근데 난 그 발언에 어떤 깊은 비전과 철학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 그냥 일반인이나 팬의 입장에서 축협 욕하는 거랑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함. 그건 후술하겠음. 


별개로 난 그냥 최근 몇 년간 '한국 축구 위기론' '일본에 안 된다' '축구는 개혁해야 한다.'는 비판을 하면서 은근히 호응을 얻는 소위 '축구인' 들에 대해서 삐딱하게 생각함. 


소위 대한민국 '축구인'들의 저런 '개혁 요구', '투자 촉구' 에는 정확히 '무엇을' '누가' '어떻게' 라는 항상 게 빠져있음. 마치 일개 팬들이 하는 비판과 다를 바가 없음. 심지어 항상 '우린 일본에 뒤졌다.' '일본이 평균 실력이 더 낫다.' 는 것까지 덧붙여서 FC국뽕과 FC일뽕의 무의미한 병림픽을 유도하기까지함. 문제는 그 '일본에 뒤졌다.'에서 항상 '일본의 어느 부분이 그렇게 잘났는가?' '일본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일본의 환경과 우리의 환경을 동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가?' '일본의 성공을 따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예상가능한)질문에 디테일하게 답하는 꼴을 본 적이 없음. 결정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쏙 빠져있음. 마치 축구계가 이렇게 된 건 본인들과 본인들 주변의 '축구인', '축구 셀럽', '프로들' 탓이 아니라 '축협'으로 상징되는 (자신들은 거기서 쏙 빠져 있는) 병폐 탓이라고만 하는 듯함. 결정적으로, 축협도 축구 수뇌부들도 본인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상태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뭘 어떻게 개혁하고 어느 부분을 쳐내고 그런 건 얘기를 쉽게 하지 못함. 아니, 내가 볼 땐 그냥 안 하는 거임. 대중적으로 호응은 얻고 싶지만 동시에 축구판에서 자신의 지위는 유지하고 싶으니까. 난 그런 '소신발언~' 따위가 얼마나 우스운 일들인지 작년 축협의 승부조작 사면 논란 당시 절대 다수의 '축구인' 들이 아가리를 다무는 걸 보고 깨달았음. 이 사람들은 진짜 소신이 아님. 걍 일개 팬 수준의 불평분만에 불과함. 그게 아니면 더 짜증나게 '대중에게 깨어있는 척 하고 싶은 것' 일 뿐이고. 개인적으로 이러한 태도들은 매우 위선적이고 역겨움.


결정적으로 한국 축구 인프라 구축에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는 사실 '학교단위 유소년 스포츠 활동의 활성화'와 '구단의 자생을 통한 리그 흥행'임. 그런데 전자는 자주 얘기해도 후자는 그렇게 세게 얘기들을 안 함. 혹은 언론에서 안 받아적겠지. 왜냐고? 대중은 K리그에 관심이 없고 후자 얘기를 하면 "그런 노잼 보라고 구걸하냐?" 는 소리만 듣고 본인들에 대한 여론만 안 좋아지니까. 난 이 부분이 항상 비겁하다고 생각함. 오히려 후자인 '리그 활성화'는 걍 축구 유튜버들이 더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임. 


아시안컵 우승조차도 못 했는데 어떻게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이어짐? 결국 리그조차도 엄청난 규모의 세금으로 굴러가는 게 대한민국 축구인데 결국 투자=세금임. 그런데 "프로스포츠 리그에 세금을 투입하는 게 맞냐?" 는 반박에도 쉬이 답하지 못하면서 그 투자에 대한 가장 손쉬운 논리인 '국제대회 성적' 마저 꼴아박으면 그 순간 그냥 투자는 떨어지고 인프라는 더이상 구축하지도 유지하지도 못함. 왜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항상 왜 빼놓고 논함? 당장 우리팀도 2부로 떨어지니까 뭐 팀 개혁됨? 감독은 여전히 프런트 말 잘 듣는 경험 없는 레전드 출신, 그 중에서도 최악의 선택임. 선수들은 팬들 통수를 갈겨가며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진짜 승격을 위해 필요한 제대로 된, 검증된 자원들은 2부로 꼴아박힌 팀에 올 생각조차도 안 하거나 팀의 방만한 사정상 '돈' 때문에 오지 않음. 당장 모기업이 투자를 2부니까 반으로 줄인다고 해도 닥치고 할 말 없어지는 수준이 맞음. 그런데 시민구단들은 오죽하겠음? 성적이 투자의 근거임. 이걸 자꾸 호도하면 아주 곤란함. 괜히 죽어도 잔류를 외쳤던 게 아님.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는 없음. 그게 대한민국이고 그게 세상임. 


일개 팬이 아니라 '축구인' 에 속해있거나 '축구 셀럽'이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더 디테일한 요구를 하거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함. 아주 단순한 수준에서라도. 정치인은 책임을 지고 비전을 제시해야지 정치인이 정치 평론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그런 건 동네 영감님도 술자리에서 꼬부라진 혀로 지껄일 수 있어. 그런데 한국 축구판은 항상 그런 디테일과 책임같은 부분은 빠져있음. 왜냐? 본인들도 다 엮여있는 판에 미움받기 싫으니까. 혹은 '걍 눈먼 돈 내려달라' 이거니까. 아주 비겁함. 


물론 손웅정은 손흥민의 아버지이고 동시에 축구계에서는 야인에 가까우며 결정적으로 손흥민 부자의 사비로 유스 지도에 큰 투자를 하는 만큼 '언더독'이자 '자수성가'이기 때문에 이런 발언과 논리에 더 무게가 실리고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 역시도 '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명제와 '그렇다면 손웅정 님께서는 한국 축구를 바꾸기 위한 무슨 비전을 제시하실 건가요?' 하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함. 쩔 수가 없는 게, 손웅정이 유스 지도자로 오래 활동하긴 했지만 뭐 제대로 규모있는 수준에서 축구 행정가 내지 지도자를 양성하고...그런 건 해본적이 없으니까. 난 그래서 그의 발언에 대단한 비전이나 식견, 깊이 따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 그래서 서두에 밝힌 대로 그냥 불평 불만이 좀 세게 나간 거라고 생각하는 거고. 뭐 그 동안 손웅정의 갖은 발언과 언행들을 살펴봤을 때, 이번 아시안컵 준비조차도 미흡한 (훈련장 하나 똑바로 못 구했지 지금) 축협에 대한 분노로 툭 튀어서 지른 발언이라고 생각함. 

물론 난 그의 진심과 걱정을 의심하지 않아. 다만 그게 무슨 대단한 '소신발언'으로 주워섬길 수준이 아니라는 거지. 그는 진짜 용기와 소신을 낼 만큼 축구계의 '내부인사'가 아님. 심지어 축구계의 야인으로써 대중에 대한 그의 의미지는 대단히 호의적이고 그런 '소신발언'들을 응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음. 이건 딱히 대단한 용기와 소신이 필요한 일이 아님. 동시에 그에게 대단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웃긴 일임. 손웅정 씨는 유소년들에게 본인으 경험에 기반한 적절한 지도를 함으로써 소임을 다하고 계시고  존경할 만함.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그도 비전문가일 수밖에는 없음.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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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ie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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