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자유 수원삼성블루윙즈에게

만수동블루윙즈
565 7

20여년전 부터 항상 수원, 수원삼성.. 파란유니폼 하면

가슴이 뛰고 설레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딴에는 목숨걸고

야자 째면서 축구보러 가던 그 스릴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수원이라는 구단과 함께 자라왔다고 생각한다.

다들 그렇듯 하얗게 눈 내리던 날의 우승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대학생이 되고 연애를 하고, 여자친구 손 붙잡고 맥주한잔 먹으며 목터져라 응원도 해봤고, 결혼을 해서도 오랜 꿈이었던 사랑하는 아내와 애기랑 유니폼을 맞춰입고 빅버드에서 사진찍기도 이루었다. 정말 행복했다.


지금은 그 조그맣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 지역 여행 핑계삼아 데리고 홈, 원정 가리지않고 여건이 되면 함께 다니길 몇년째.. 이기진 못해도, 재미난 경기는 아니어도 내 아이가 나만큼 우리팀을 아끼고 사랑해 주길 바랬던 것 같다.


‘아빠, 우리는 맨날 왜 지는데? 재미없어’라는

얘기는 아이로부터 수없이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 모 경기를 같이 직관하고 있었는데

아이 입에서 ‘저 삼촌은 하기싫은거 같아’ 라는 얘기를 들었고 

갑자기 멍.. 해졌다. 왜 이 더운날 나 좋자고

처자식 데리고 나와 축구를 보면서 고생시키는거지?

지더라도 끝까지 하면 할수있다는 경험? 져도 괜찮다,

과정이 아름다웠고 후회는 없다.란 체험? 이런걸 과연

우리팀을 보면서 얻을 수 있을까? 뭘 위해서

여기 나와서 축구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거지?

우리의 빅버드 N석, 원정가면 반다 근처에 가서 목이 터져라 같이 응원하는 문화라도 알려줘야하나?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몸서리 쳐지는 저급한 단어의 연속과.. 욕설을 버티기 힘들어 내가 알아서 피한다.


오늘 이후로 수원축구를 보더라도 경기장에 직접

찾아가서 보는일은 없을 것 같다.

오래사귄 여자친구랑 이별하는 기분? 소중한 무언가를

놓친기분과는 사뭇 다른 찝찝한 아픔이다.

이런 글이라도 남기지않으면 후련하지 않을 것 같다.

수원삼성 사랑했고 모두 파이팅하길 바란다.


- 어느 아저씨의 일기

만수동블루윙..
3 Lv. 936/1440P


작성된 서명이 없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공유

퍼머링크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