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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오늘 경기 보고 느낀 점.....

푸르게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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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군들, 자네들은 사자처럼 싸웠으나 당나귀에 의해 이끌렸다. " - 영국군 병사들에게 롤멜이 한 말

 

오늘 경기를 보면서 롬멜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말이 제 머리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사자 같은 우리 선수들이 당나귀처럼 싸우고 있구나.......

 

 얼마전에 서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었습니다. '사자가 이끄는 양의 군대와 양이 이끄는 사자군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라는 부제가 붙은

 

자기계발서 (또는 경영학 관련 책) 이었습니다. 내용은 다소 뻔해서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그 문제의식만큼은 명확했습니다. 리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부하들의 성패가 좌우된다.......

 

 경기 내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허우적대는 모습들을 봤습니다. 우왕좌왕 어쩔 줄 모른다는 느낌...... 꼭 해수욕장에 빠져 있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간혹 개인의 능력으로 돌파하거나 돌파를 시도 했지만 우리 팀 선수들의 도움이 없어 가로 막히고 수비는 상대에 번번히 뚫리고 꽁무니만

 

보면서 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대체 뭘 하고 있는건가 하는 한탄이 나오게 하더라고요...

 

간혹 보이는 선수들의 움직임, 간혹 보이는 좋은 모습에서 선수들의 의지는 본 것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우리팀은 이길 수 없는 상태로

 

나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필요한 요소로 무형의 자산이 3, 유형의 자산이 1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허우적 대는 것을 보니 애초에 선수의 사기, 선수의 목표의식과 문제의식, 선수의 동기 부여는 전무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손자병법에 나오길 명장은 이겨놓고 싸움에 임한다고 했습니다.

 

무릇 명장은 싸우기 전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축구의 명감독은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중국전 리피를 보고 느껴지는 건 없던가요? 한국의 플렛 4백도 제대로 뚫지 못하는 선수들을 데리고도 리피는

 

승리의 조건을 만들려 노력했고 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수원의 팀플레이는 팀에 맞는 맞춤형 전술도 없고

 

우리 팀에 최적화 된 전술도 없습니다. 지피지기면 지지불태라 했는데 우리는 우리팀의 전력도 모르고

 

상대팀의 전력도 모르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제가 축덕이 되었던 것은 94 미국 월드컵 때였습니다. 중학생이었던 당시 스페인과의 극적인 역전골을 넣는 것을 보고 의자를 들고 뛰어다니면서

 

좋아했고 그 뒤로 축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축구팬이 되었던 것은 97년 도쿄대첩 때였습니다. 그 때 감독님의 동점골은

 

잊지 못합니다. 그 때를 회상해 주세요. 그 당시 우리가 지고 있을 때 어떻게 해서 동점이 되고 역전이 되었나요?

 

무엇이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나요? 최신의 축구 전술이었나요?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였나요? 아니었죠. 축구를 제대로 모르던

 

당시에도 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서서히 중앙을 틀어쥐고 상대를 압박하며 상대를 하프라인으로 밀어내고 그 뒤

 

지구력과 기동력으로 이겼습니다. 축구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 되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수원이 그런 축구가 되나요? 가장 기본적인 중앙에서의 장악이 되지 않는데 점유율 축구가 될 수 있나요?

 

상대보다 기동력이 딸리는데 공격적인 3백이 될 수 있나요? 무엇보다 선수들의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데

 

상대를 이길 수 있나요?

 

저는 아직 감독님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감독님은 제게 영웅입니다. 저도 직장생활 10년차를 하면서 일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차근차근 내가 놓치는 것을 생각하려 합니다. 감히 제가 감독님께 한 말씀 드리면 수원이 가장 못하는

 

기본이 뭔지를 생각해주십시오. 그리고 선수들과 코칭스텝들과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통해 위기를 이겨내보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추신 : 원래는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우리팀 경기를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일기를 써봅니다....ㅡㅡ)

푸르게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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