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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답답한 마음에 씁니다.) 배구 좋아하세요?

푸르게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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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리팀 감독이 잘했다 못했다 하기 겁납니다. 차붐때의 경험도 있고.....

 

사실 굉장한 쫄보입니다. ㅡㅜ

 

우리와 비슷한 위기를 경험한 팀을 맡아 재건한 감독이 있습니다. 배구 현대캐피탈의 감독

 

최태웅 감독입니다. 최태웅 감독이 부임하기 전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도 탈락했고

 

세대교체에도 실패한 노쇠하하기 시작한 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랜 명가의 팀이기에

 

팬들의 자존심과 기대감은 높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 당시 현대캐피탈의 레전드 급 감독

 

김호철 감독이 물러나고 취임한 감독이 최태웅 감독입니다. 최태웅 감독은 코치직조차

 

수행한 적이 없었던 말그대로 초짜 감독이었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도 당장 좋은 성적

 

보다는 장기적인 팀 리빌딩을 위한 초석으로 최태웅 감독을 선임했고, 최태웅 감독 역시

 

3년 이내에 우승은 생각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감독직을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

 

부임 후 현대캐피탈은 달라졌습니다. 부임 첫 해 연승 신기록행진과 준우승, 그리고

 

올해 역시 최종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과연 현대 캐피탈은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을까요? 감독은 팀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배알못이지만 몇가지 풀어보고자

 

합니다.

 

1. 현대 배구의 완벽한 이해

 

  임용한 선생님의 저서 손자병법을 읽다 보니 그 구절이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공격이

 

최상의 전술이라는 전술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장군들이 파스샹달을 피로 물들였다고..

 

(연합군, 독일 양측 60만 이상 전사) 의외로 전술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만

 

답습하여 군대를 사지로 몰아 대는 것은 현대에도 비일비재 하다고........

 

기업을 가도 최신의 회계프로그램, 최신의 토론 기법 등 그것이 어떻게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그저 가져다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감독들이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최신의 전술이 왜 강점이 되는지를 모른 채 그 전술을 기계적으로 자신의 팀에 입히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치 부정교합처럼 어그러지고 맙니다.

 

최태웅 감독의 경우 현대 배구가 왜 스피드 배구로 가는지 그리고 그리고 그 배구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가 지금도 가장 많이

 

하는 팀 전술훈련이 세터가 공을 잡았을 때 공격수 모두가 일정한 공간에 모여드는 훈련

 

입니다. 상대 블로커가 누구에게 공이 갈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밖에도 리베로

 

여호연의 적극적인 토스 가담과 중앙 공격수의 사이드 공격 참여는 스피드 배구가 본질

 

적으로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상대 블로커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는 듯 합니다.

 

2. 플랜B를 생각하다.

 

많은 경영학 책 또는 성공한 경영자의 수기를 보다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플랜  B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대캐피탈은 사실 시즌 내내 위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매우 높은 배구현실에서 현대캐피탈은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의 부진 또는 부재를 겪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주전 세터 노재욱의 잦은 허리 통증은 팀의 상승세를 꺾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은 공격을 담당하는 문성민

 

또는 외국인 선수의 부재에 대비해 시즌 전 중앙 공격수 최민호의 오른쪽 사이드 공격을

 

이미 훈련시켰습니다. 그리고 여름 부터 미완의 대기자였던 송준호를 꾸준히 훈련시켜

 

공백에 대비시켰습니다. 이 둘이 챔피언 결정전 때 상대적 열세에도 지금까지 버티게

 

한 주요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즉시 전력감을 보내고 아직 신인에 불과한 레프트 공격수 허수봉을 데려와

 

실제로 중요 경기에까지 출전시켜 언제든지 레프트 자원으로 사용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야구에서는 이른바 뎁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야수의 자원이 많냐

 

적냐가 그 팀이 강하냐 약하냐를 결정하는데 아마 그게 경영학적으로는 플랜B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를 위한 완벽한 준비가 현대를 다시 강팀으로 만든 주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3. 확실한 책임, 그리고 의사소통

 

 한 때 최태웅 감독은 명언 제조기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대캐피탈

 

작전타임이 화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저는 최태웅 감독의 또 다른 진면목을

 

느끼곤 했습니다. 바로 확실한 책임 부여입니다. 그는 지금 경기에서 선수들이 꼭 해야할

 

것들을 선수 개개인에게 부여합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동기 부여는

 

되었을겁니다. 사실 감독으로서 그 이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갈공명이 실제로도

 

굉장한 찬사를 받는 것은 책상에 앉아 천리를 보는 지혜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은 의지와 원칙의 실행이었습니다. 실제로 사마의가 보고 놀란것은

 

제갈량의 기기묘묘한 계략이 아니라 철저하고 세세하게 지어져 있는 촉군의 진지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때로는 호통을 치기도 합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 때 흔들리는 문성민을 호되게

 

야단쳤습니다. 문성민 입장에서는 야속할만큼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문성민은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날 팀 승리의 주역이 됩니다. 최태웅 감독은 호통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날 2시간 가량 문성민과 면담을 통해 문성민이 차지하는 팀의 위치와

 

책임 등을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큰 경기에 약했던 문성민을 다시금 깨어나게

 

했습니다. 그는 비단 선수들에게만 냉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책임도 명확히

 

추궁합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 3차전 때 작전타임 때 선수들에게 " 미안하다. 내가

 

전전타임 거는 타이밍을 놓쳤다." 라며 스스로 자책했습니다. 남 뿐 아니라 자신의

 

책임까지 명확히 아는 스타일의 감독입니다.

 

 

 

축구 게시판에서 배구 이야기를 너무 길게 썼습니다. 감독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떠올라 미친듯이 써봤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가시기 위해 썼는데 부디 시의성이

 

있기를 빌어봅니다.

 

그리고 꼭 올해 안에 우리팀 감독님을 좋게 평가하는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빕니다.

푸르게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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