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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장문충 주의] 전북전을 보고

Ysera Ys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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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전북전을 보고


안녕하세요. 저는 2002년 월드컵을 보고 축구란걸 알게 된 뒤, 2003년부터 아빠 손 잡고 빅버드 경기를 보러 다녔습니다. 제가 첨 보러 간 경기가 전북전이였던 것 같은데 그 때 전북에 에드밀손이 두 골 넣어서 비겼나 졌나 그랬을겁니다. 서정원 선수 오버헤드킥도 직접 경기장에서 봤구요. 축구를 나름 오래 보긴 했지만 어디다가 팀이나 감독님, 혹은 선수 개인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축구를 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외부인이니까 팀의 내밀한 사정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제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합당한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근데 엊그제 전북전을 보고는 좀 많이 답답하더군요. 그래서 수블미 회원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졌습니다. 



1. 지배하는 경기와 주도하는 경기

일반적으로 강팀이 경기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죠. 점유율이라던가 슈팅 시도라던가... 근데 그렇다고 해서 약팀은 경기를 주도할 수는 없는가? 저는 상대적인 약팀도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대부분을 눌러 앉아서 수비하는데 급급하더라도 한두개의 확실한 역습 플랜을 준비해서 경기 중에 서너번이라도 성공한다? 그럼 그 중에 몇 개가 골이 되냐와는 별개로, 그래서 경기에서 이겼냐 졌냐와는 별개로 그 팀은 주도적인 경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뭐 울버햄튼이라던가, 리버풀을 상대했던 AT마드리드라던가... 


그래서 저는 수원이 우승을 했냐 못했냐, 시즌 몇 승을 했냐와는 별개로 좀 '자기주도적인' 경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매번 이기겠습니까? 사람이 모든 시험에 합격하고 모든 연애에 성공하고 모든 일이 잘 풀릴 수 없듯이 축구도 매번 이길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다만 '우리 팀은 이런걸 준비했고, 이걸 성공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뛰고 있습니다'하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나의 수원은 모든 경기를 이기고 모든 대회를 우승해야한다'라고 생각하시면 할 수 없습니다) 


근데 지난 아챔 두 경기와 전북전을 보고는 도대체 뭘 준비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굳이 찾아내자면 '설마 모든 경기를 무득점,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는게 컨셉인가?'라는 정도? 전북 같은 팀을 상대로 수비에 집중하는 것 자체는 좋단말입니다. 뒤지게 맞는 와중에도 대신 뭔가 날카로운 비수 하나는 손에 쥐고 여차하면 나도 찌른다는 생각이 있어야 싸움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연 전북전이 손에 커터칼이라도 쥐고 한 경기인지 그냥 맨 주먹 불끈 뒤고 두드려 맞기만 한 건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빈 손으로 싸웠다고 생각하는 이유

제가 옛날에 KBS에서 하던 청춘FC라는 프로를 좋아해서 챙겨봤는데, 안정환 감독이 평가전 하면서 수비 전술 가르칠 때 제일 먼저 한 이야기가 "걷어냈으면 최종수비수들이 밀고 올라가라"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다급하게 뻥 걷어냈더라도 최종수비수부터 미드필더, 공격수까지 다 같이 밀고 올라가면 일단 우리 페널티 박스에 서 있던 상대 공격수도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함께 내려가야하고 멀리서 날아오는 공을 잡을 상대 수비수에게도 심적 압박을 줄 수 있고 다 같이 올라가야 역습 상황에서 뭐라도 해 볼 수 있고... 뭐 이런 저런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번 막았다고 멍하니 서있지 말고 다 같이 밀어내야 수비 완성인거다 뭐 이런 내용이였습니다. 


전북전 보면서 (아마 왼발 오른발 소리질러주던 코치님 같은데) 저는 분명히 "걷어냈으면 올라가", "막았으면 밀어내" 이런 소리를 몇 번 들은 것 같거든요? 근데 다들 힘이 들어서 그런건지... 누가 올라가지 말라고 시킨건지... 클리어링하고 밀어내는 모습이 안보이더군요. 저는 이 모습을 보고 '어쩌면 우리는 빈 손으로 그냥 맞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겁니다.





'일단 75분 막고 이후에 발빠른 교체 카드로 역전각 봤는데 안토니스 퇴장으로 다 빠그라졌다'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그런 플랜이라도 있던거라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네요. 수블미 회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Ysera Ys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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