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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단편)191006 수원월드컵경기장

산토스컴백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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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 내린 가을비 덕분일까. 잠깐 반짝했던 더위가 식고, 10월6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축구보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날씨였다.


심화되는 지구온난화로 가을에도 더웠던 한국이었지만 유독 수원삼성의 가을은 한겨울 처럼 춥다. 10월2일 화성FC와 FA컵 경기가 치뤄졌다. 1차전에서 자이언트 킬링을 너무 손쉽게 해버린 화성FC는 기세를 몰아 문준호의 경기 종료직전 만회골로 인해 2:1 원정 다득점에 의해 결승에 진출했다. 이임생 감독의 사퇴발언에 해당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슈퍼매치인 오늘까지도 이임생 감독은 침묵을 유지했다. 구단주와 단장의 만류가 그를 침묵으로 이끌었을까.


빅버드에게 슈퍼매치는 축제 그 자체다. 항상 수많은 사람들이 찾았으며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축구와 문화 그자체를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하지만 현재 수원에게 축제라는 말은 가당찮았다. 3시간전 오픈하던 N석 게이트의 줄은 절반으로 줄었으며 늦게 오더라도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라이트하게 즐기는 가족들, 커플, 축구팬들만이 근심없이 자리를 메우며 치킨에 맥주, 각종 이벤트를 즐기며 자기 만의 축구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포터즈들이 준비하고 있는건 매 빅매치마다 정성스레 준비하던 카드섹션이 아닌 빨강 파랑 락카로 써내려간 항의 문구들이었다. 항상 경기 시작전 이글거리던 그들의 이글거리던 열정섞인 눈빛은 어느새 구단에 대한 분노섞인 눈빛과 믿음이 사라진 힘없는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여러 내외부적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리그는 계속되어야 했고, 슈퍼매치의 라인업이 발표되었다. FA컵 2차전을 2:0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 후반 70분 교체해버린 타가트는 본의아니게 체력을 아껴 무리없이 선발 출전하였다. 이임생 감독은 FA컵 탈락을 만회해보고자 풀 스쿼드를 가동했다. 상대인 FC서울 또한 좋지 않은 흐름을 끊으려 베스트 멤버를 가동시켰다.


최용수 감독은 수원을 잘 안다. 수원을 상대하는 법, 요리하는 법, 그리고 약올리는 법까지. 역시나 오늘도 맞춤전술로 전반전 초반부터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며 수원을 농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원팬들의 간절한 바램이 선수들에게 전달되었을까? 혼전상황속 타가트의 그림같은 발리슛이 서울의 골망을 갈랐다. 전반 44분이었다. N석이 파도쳤다. 하프타임에 돌입했음에도 오블라디를 멈출줄 몰랐다. 내용을 보지 않는다 했을때 수원이 맞이한 최고의 하프타임이었다. 후반전에 돌입하였고 최용수감독은 전술에 변화를 가져와 수원을 더 강력하게 압박하였다. 아무리 라인을 올려도 역습을 못하는 수원의 특성을 너무도 잘 알았다. 후반 50분, 후반전 돌입 5분만에 전술변화의 성과를 거뒀다. 페시치가 압도적인 제공권으로 헤더골을 성공시켰다. S석이 더 크게 파도쳤다. 오오렐레가 시작됐고 붉은 물결이 요동쳤다. 반대편의 붉은 물결속 N석의 관중들은 얼굴만 붉어질 뿐이었고 어느상황에서도 응원을 이어가던 코어도 응원을 멈췄다. 최용수 감독의 응수에 당황한 이임생 감독과 수원 수비수들의 계속되는 실책에 후반전에만 3골을 내주며 총합 스코어 3:1로 무릎을 꿇었다. 끝까지 긴장도, 기대도 되지 않는 요즘 수원의 경기 그대로였다.


이렇게 수원은 하위스플릿, FA컵 탈락, 리그 3연패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였고, 후반 추가시간 경기장을 나가버리는 관중들은 평소같으면 욕설을 내뱉었겠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어두운 얼굴뿐 모두들 조용히 귀가길에 올랐다. 패배에도 종료직후 항상 붐볐던 블루포인트 스토어도 몇몇 남자아이들만 서성일뿐 찾는이가 없었다. 선수들의 인사도 받지 않고 S석의 우렁찬 북과 함성소리는 집에가는 수원팬들을 더더욱 우울하게 한다.


10월6일 수원에겐, 수원팬들에겐 그 어느때보다 추운날이다.

산토스컴백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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