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자유 35라운드 리뷰. vs 난지도

낙양성의복수
213 3 1

f7cb307913032a90c092102c7d90895e.jpeg

매번 서울과의 경기는 질 수 없다고 다짐하지만, 올해의 4경기 중에서 그 열망이 가장 컸던 것은 역시 지난 라운드였다. 단순히 감정적인 부분을 떠나서 2017 시즌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수원은 FA컵 우승까지 3경기를 남겨 둔 상태였고, 설령 챌린지의 부산을 넘더라도 울산과의 결승 1, 2차전에서 이기는 것은 클래식의 어떤 팀에게도 자신있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스플릿 이전 약팀에게 강하고 강팀에게 약했던 수원에게는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4위의 수성은 사실 FA컵 우승보다도 중요할 수 있었다. K리그 클래식의 구성원에게 FA컵 우승은 더할 나위 없는 명예이지만, 실리로써는 ACL 진출에 비할 수 없다. 수원으로서는 설령 FA컵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ACL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4위를 지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지난 스플릿 1라운드에서 울산을 2대 0으로 제압한 수원이지만, 단 한 경기의 승리로는 시즌 전체의 인상을 바꾸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차후 이어지는 강원과의 홈 경기에서 필히 승점을 따내는 것은 필수적이고, 남은 제주와 전북과의 경기에서 지켜 내는 것은 어렵다. 호시탐탐 4위를 노리는 서울에게 남은 잔여경기인 울산, 강원, 제주전은 4위를 지켜내야 하는 수원의 잔여경기인 강원, 제주, 전북전에 비해 대동소이한 것 같으면서도 실상 더 유리한 일정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홈 1경기 원정 2경기가 남은 수원에 비해 서울은 홈 경기가 2 경기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라운드는 총력전이 되어야 마땅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승점 3점을 따낸다면 사실상 4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으며,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는 3위까지도 도전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정원 감독은 올 시즌을 통틀어 볼 때 매우 수비적인 선발 라인업을 내놓았다.



수원이 올 시즌 3-5-2를 가동하면서 선발 중앙 미드필더 셋을 트리보테(3 명의 수비형 미들)로 구성한 적은 없었다. 언제나 수원의 3미들은 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1명의 플레이메이커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 조합이었다. 이는 위에서 서술한 내용처럼 이번 경기는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기지는 못할지언정 절대로 져서는 안 될 경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선발 라인업의 그래픽은 다음과 같이 이용래를 공격형 미드필더(혹은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한 것처럼 표현이 되었지만, 실제로 경기가 시작되자 수원은 공격형 미드필더 없이 경기를 진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용래는 이번 시즌 중앙 미드필더라고 하기보다는 메짤라(하프 윙)로서 기능했다.
중앙 미드필더도 아니고 측면 미드필더도 아닌, 센터서클 근처 왼쪽부터 측면 라인을 점유하면서 전방을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여 줬는데, 골치 아프게도 매우 제한된 활동범위로 인해서 박스 안에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못했다. 모름지기 하프윙이라고 하려면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도 있어야 하고, 상대 수비라인 후방으로 얼리 크로스도 투입해야 하고, 경기를 조율하면서 동시에 측면을 장악해야 하는데, 애초부터 그다지 기술적인 선수라고 보기는 어려운 이용래에게 맡긴 하프 윙은 여간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서정원 감독은 권창훈이 작년 수행하던 임무를 그대로 해주길 바랐겠지만...



이러한 단점이 경기 내내 상대방의 메짤라 두 명에 의해서 더더욱 부각되었던 기억이 난다.

고요한은 이용래와 상당히 비슷한 장단점을 가진 선수지만, 이용래가 선수생활 내내 부상을 연달아 겪으면서 급격하게 기동력이 감소한 반면 고요한은 기동력만은 항상 우수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기술적인 부분과 온 더 볼이 매우 좋지 않은 단점을 갖고 있음에도 평균 이상의 오프 더 볼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측면 미드필더와 수비수, 중앙 미드필더를 오간 덕에 고요한은 현재 꽤나 밥값 하는 메짤라 자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암만 이용래가 고요한보다 테크닉 면에서는 상위에 있다고 해도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 기동력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므로, 이미 두 하프 윙의 충돌 이전에도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요한이 매우 기술적인 부분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교우위에 있는 거지 이용래의 패싱 센스나 볼 다루는 기술이 피치 내에서 상위권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용래 카드는 선수와 선수 사이에 공을 연결해주는 기능 이외에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명주의 경우도 볼 터치 및 패스에 대해서는 가장 좋았을 때보다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이었지만 최소한 오프 더 볼과 기동력 면에서는 몸이 거의 다 올라온 모습을 보였고, 어떻게 보면 수원을 궁지까지 몰아넣은 것은 이 두 명의 메짤라가 수원의 백 스리 앞에서 공간침투를 반복적으로 시도하며 윤일록과 윤승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데얀의 경우는 2선 자원을 지원하는 데에 더 주력했고, 그 결과 2선에서 페널티킥 유도 및 필드 골을 만들어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황선홍 감독의 경우 원톱 자원을 가짜 9번처럼 운용하여 센터백 한 명을 끌어내리고 그 벌어진 공간으로 2선 공격수가 침투하여 마무리하는 공격 작업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경향이 있고, 이번 경기에서도 그 부분은 유독 도드라졌다. 이는 수원의 수비 라인 구성이 백 스리였기 때문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수원이 미드필드에서의 간격 유지와 볼 점유에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수원은 중원 싸움에서 실패하였는가?

사실 수원의 중원 조합을 볼 때, 서울과의 힘싸움에서 특별히 밀릴 만한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용래-김은선-최성근 라인은 서정원 감독이 비길지언정 지지는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꺼낸 카드이고, 김은선과 최성은의 볼 탈취 능력, 활동량은 리그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수준임은 부인할 수 없다.

요는 수원이 미들에서의 힘싸움에 주력하면서 공격 전개력을 포기한 데에 있다.

352를 운용하면서 1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사용할 경우,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철저하게 내려서서 3선의 백 스리와 긴밀하게 연동, 상대방 2선의 공간을 충분히 장악하고도 공격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1명의 윙 포워드, 1명의 공격수, 1명의 하프 윙으로 공격 전개를 시도하면서 수원은 측면 위주의 플레이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이 중에서 1명의 하프 윙이 공격력에 전혀 보탬이 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 페널티 박스에서 볼 소유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왼쪽의 경우는 김민우가 고군분투하며 볼을 끌고 올라왔지만, 오른쪽의 고승범의 경우 주세종-이명주-윤일록으로 이어지는 측면 공략을 막기에도 벅찼기 때문에, 라인을 끌고 올라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전반 15분까지만 해도 박스 안에서 힘싸움을 하려고 애썼던 염기훈과 조나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측면으로 내려서서 볼을 받게 되었다.

결국 우습게도 수원의 전형은 3-5-2-0으로 변한다.

이런 상황에서 2선에서 횡패스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턴오버가 늘어나고, 지공 상황에서 볼을 지속적으로 탈취당하므로 후방의 백 스리가 지속적으로 역습을 허용하게 되며, 공격진과 수비진 사이의 간격은 지속적으로 벌어진다.

물론 깊이 내려선 덕에 수원에게도 몇 번의 위협적인 역습 기회가 창출되었지만, 이는 마치 뼈를 내주고 살을 깎는 격이어서 노골적으로 약팀과 강팀이 정해지지 않고서야 상당히 비효율적인 전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마도 서정원 감독은 수비력으로 이를 참고 참아 내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수원은 후반전 역습 한 방으로 기어이 선취득점에 성공했지만, 전반전부터 내어 주던 뼈가 기어이 연달아 부러졌다. 서정원 감독이 원했던 경기, 열 번 맞아도 한 번 카운터로 이기는 경기를 하기에 수원의 방패는 살짝 모자랐던 셈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윙백의 능력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고승범이라는 선수가 우측면을 장악하면서 공수 모두에서 활약하기에는 수비전술 이해도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우측면에서 대인방어와 공간방어를 효율적으로 선택,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 주도권을 많이 내주게 됐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물론 고승범 선발은 고승범이라는 선수 자체보다는 U23 규정 탓이 크다고 봐야 하겠지만.

이차적으로는 서울에게 있어 오스마르의 공백보다 수원에게 있어 매튜의 공백이 더 크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매튜를 대체하기 위해서 기용된 이종성의 경우는 왼쪽 센터백 자리가 상당히 어색했던 모양인지 압박을 이겨내는 동시에 기점 패스를 투입하는 롤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으며, 특히나 전방 압박이 강한 팀인 서울을 상대로 그 단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수원의 코칭 스태프들은 아무래도 미드필드에서의 볼 전개력이 상당히 걱정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성진만으로는 빌드업에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하여 곽광선이 아닌 이종성을 투입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절반은 성공했지만 나머지 절반에서 크게 실패하였고, 결과론적으로 보기에는 차라리 기존의 3-4-1-2 운영이 더 안정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그 근거로는

첫째, 오히려 1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백 스리의 사이 공간을 정확하게 채워 줄 수 있게 되는데 그 부분이 상당히 과소평가 되었고,

둘째, 상대 수비진 앞에서 킬러 패스를 줄 선수가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후반전 내내 주도권을 내주고 플레이하였기 때문에 기존에 잘해줬던 수비진이 평소 이상으로 공격을 많이 허용하였으며,

셋째, 염기훈 또는 조나탄이 측면에서 볼을 점유했을 때 지속적으로 박스로 오버로드 하는 선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득점 루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이용래가 아웃되고 박기동이 투입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343으로 전형을 변화시키자 2016년 말에 지속적으로 수원을 괴롭혔던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수원의 두번째 실점은 물론 주세종의 정교한 롱패스가 만들어 낸 것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전방에서부터의 압박 실패, 공격진과 미들진 사이의 간격 유지 실패에 있다.

수원은 신화용의 부상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써 버린 교체 카드를 완전히 소진시키는 것을 (무려 88분까지) 주저하였고, 결국 경기 내내 반복적으로 휘둘리면서 체력을 많이 소진했기 때문인지 수비라인을 끌어올리지 못한다(실점상황은 서울의 최후방 빌드업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수비진이 높게 위치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결국 3톱과 4미들이 분리되면서 주세종에게 롱패스를 안정적으로 날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말았다.

다행히 후반이 절반 이상 지나가면서 계속 신인급이 투입되었던 서울과 달리 베테랑들이 근성으로 박스를 두들긴 탓에 경기를 무승부로 끝낼 수 있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수원이 완패했다고 봐도 무방한 경기였다.

남은 경기는 세 경기. 5위와의 점수 차는 여전히 2점차.

수원의 시즌은 여전히 살얼음 판이다

낙양성의복수
3 Lv. 1261/1440P


작성된 서명이 없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