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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수블미 문학 - 내 이름은 ' 신화용 '

SkyB1ue
690 13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2004년 12월 12일.


2004 챔피언결정전이 수원에서 열리던 날이었죠. 당시 포항 소속이었던 저는 포항의 우승을 기도했습니다.

결과는 1차전, 2차전 모두 0 대 0. 점수만 보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손에 땀을 쥐게하기엔 충분한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이운재가 김병지의 슛을 막아내며 수원의 우승. 


https://i.imgur.com/uHM31du.jpg


그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운재와 김병지를 뛰어넘는 넘버원 골리가 되겠다고. 넘버원 골리가 되어,


' 포항의 팬들을 울리지 않겠다고. '

 

기나긴 기다림 끝에 2007년에서야 포항의 주전 골키퍼가 되었습니다. 나의 고향 팀의 수호신이 됐다는 건 보통 기쁜 일이 아니었죠.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 포항을 우승시키고 싶었습니다. 

몇년이 지나, 저는 포항에게 많은 우승컵을 안겨주었습니다. 저의 소망이 이뤄져서, 그리고 포항의 레전드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https://i.imgur.com/bCTzpNz.jpg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잦은 부상과 노화로 인해실력이 예전 같지 않게 되었어요. 저도 알고 있었고 코치님과 감독님도 알고 있었고 팬들과 프런트도 알고 있었죠. 저는 너무 두려웠어요. 영원히 포항에 남고 싶은데 그럴 수 없게 될까봐.... 원클럽맨의 자부심을 지키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될까봐....


포항이 나를 팔려한 사실을 알게 된 저는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연봉까지 깎아가며 포항에 남으려 했던 저인데 이렇게 버려지니 너무 슬펐습니다. 절망감에 휩쌓인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곳은 수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수원행을 선택했고 다시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2018년엔 내가 넘고 싶었던 높은 산, 이운재 코치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https://i.imgur.com/NdvGBdh.jpg


저의 선방에 환호해주는 팬들이 있어 기뻤지만 경기 결과, 시즌 결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2018시즌 중반엔 서정원 감독님도 사퇴하시고 팀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어있었죠. 

 게다가 저 역시도 부상 빈도가 더욱 잦아져 그라운드에 서는 일이 적어졌고 그럴때마다 팀 순위는 계속 하락해 불안했습니다.


다행히 부상에서 복귀 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전주 원정에서 3대0 승리를 거뒀고, MOM을 받아 기뻤습니다. 최근 몇년간 수원이 전북에게 전적이 안좋았기 때문에 꼭 이겨서 4강에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9월 19일.


수원에서 2차전이 열렸습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0대3으로 밀리게 되고 더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코너에 몰리니 저도 위축이 되었는지 평소엔 범하지 않는 실수도 연발해버렸죠.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리고 아찔합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남은 공격 잘 막아내고 연장 들어가기 전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생각 중이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경기인것처럼 뛰어라.' 뭐 이런 진부한 얘기들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아드리아노가 달려들어왔고 저는 막을 준비를 했습니다. 침투 능력이 워낙 좋은 선수였기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순간이었죠. 근데 옆에서 성진이가 아드리아노를 잡아채며 막았고 운이 없게도 페널티킥이 주어졌습니다.


그 순간 어째서인지 그 날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2004년 12월 12일. 

그 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 둘이라면 어느 방향으로 몸을 던질까.

키커와 이운재 코치를 번갈아 쳐다보며 고뇌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저는 다짐했죠. 신화용 답게 막아보자고. 신화용 답게 막아서 


'수원의 팬들을 절대 울리지 않겠다고.'



" 내 이름은 신화용입니다. 그리고 저는 수원의 넘버원 골리입니다. "

https://i.imgur.com/RoqYCAy.jpg 


SkyB1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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