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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지난경기 직관할때 비쫄쫄오는데도 와이프 데려가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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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는 딱히 축구에 관심도 없고 개랑도 아닌데 나 때문에 경기를 같이 가준 거다. 하지만 홈에서 천안을 상대로도 졌고 경악할 경기력에 와이프도 기겁했다. 와이프는 오래 서있다가 무릎이 아팠고 집에 돌아와서도 감기증세로 고생을 했다. 심지어 지난 경기는 우리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럼에도 나한테 핀잔 한 번, 힘든 내색 한 번을 안 했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가족을 끌어들어 감성적인 얘기를 꺼내며 기회를 더 받아야 하는 건 당신만의 특권이 아니다. 가족 얘기는 팬들이 더 많이 할 수 있다. 팬들 중에는 치욕스러운 강등의 그 순간에 울부짖는 아이들을 달래며 자신의 쓰린 마음을 숨기고 울음을 참아야만 했던 부모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팬들은 왜 자격도 능력도 없는 감독이 팀을 망치는 것 때문에 조롱받고 고통받아야 하나? 왜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와이프가 고생했다고 해서 당신 잘못이다? 아니지. 그건 내 고집 때문이었지. 결혼기념일에 비가 오는데도 와이프를 빅버드에 끌고 간 거. 그게 문제였지. 그건 와이프한테 내가 미안해해야하는거지. 당신 핑계댈게 아니고. 


근데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욕을 먹는 걸 가족이 힘들어해? 당신이 부린 고집 때문이다. 자격은 쥐뿔도 없는 사람이 부린 고집 때문에. 가족을 힘들게 만든 근본 원인은 당신이다. 물론 나도 선 넘게 당신의 가족을 욕하고 당신의 SNS까지 찾아가 쌍욕을 남기는 무개념 찌질이들을 허용하라는 게 아니다. 그놈들은 잡아라. 처벌을 해라. 하지만 더 이상은 팬들의 항의에 가족 핑계를 대지 말아라. 팬들의 분노를 가족 얘기로 면피하려 들지 마라. 팬들도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면 더 속이 뒤집어진다. 하지만 당신한테 그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이건 '프로'축구니까. 프로라면 더 이상 가족 핑계를 대지 말고, 대고 싶으면 그 '감독'직을 내려 놔라. 나가라. 그리고 가족들을 돌보며 당신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라. 그렇게 되고 나서 다시 만나도 된다 우리는.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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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ie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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