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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우리팀 제일 큰 문제는 공격시 턴오버임 (부제:병근쌤 빌드업에 문제가 있나?)

만두신속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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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축구에 대한 열정보다 귀차니즘이 더 큰 관계로 다른동네 형들처럼 움짤 잘라오고 그러진 못하고 그냥 글로 때우겠음 ㅇㅇ



우리 팀에 현존한 제일 큰 문제는 공격할 때 턴오버가 너무 잦다는거임. 이게 풀리면 다른 문제도 저절로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스텝바이스텝으로 설명해 볼게:



1. 축구에서 네모네모와 세모세모의 비밀


공격을 시작하면 사실 되던 안되던 슛팅을 해서 유효슈팅을 내던, 아니면 골라인 아웃을 시켜서 다시 수비진영을 세울 시간을 벌던 해야돼. 공격의 끝은 슈팅이고,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것의 시작은 그 막간의 시간을 활용해서 수비진형을 잘 세우는거임. 


뭐 왜래어 쓸 필요도 없고 그냥 쉽게 설명해보자: 왜 축구분석 하면 "선수들이 사각형을 잘 이루니" 아니면 "삼각형으로 잘 서 있니" 이런식으로 얘기 많이 하지? 수비진영에서 네모네모 잘 서있으면 사면에서 압박을 할 수 있고, 또 패스길도 잘 안보이기 때문에서 네모가 중요해. (물론 취향껏; 세모세모 서는 팀들도 있음… 퍼거슨 시절 맨유가 세모세모였던걸로 기억) 공격할 땐 수비를 정가운데에 두고 삼각형을 만들면 세명이 패스를 돌리면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고.


그래서 삼각형을 잘 만들면서 빠르게 전진하면 우리 뚜드려 팬 포항같은 아트싸커가 나오는거고, 냅다 뛰어서 수비할 때 네모네모를 잘 만들면 버스 두대 세운 10백 수비진형이 돼. 그리고 프로팀이 만든 10백은 어느팀이 와도 뚫기 힘든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이 충분히 증명했어. 고로, 공격의 끝에 네모네모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으면 침착하게 수비를 성공하고, 우리가 다시 볼 소유권을 받아와서 공격을 시도할 수 있어.


그런데 만약에 공격한답시고 공격수들 다 침투해있고 그거 지원하겠다고 미드필더며 풀백이며 와서 세모세모 서있으려고 하는데 볼을 뺏긴다? 그럼 바로 우리가 공격하려고 비워둔 공간 (주로, 우리 풀백이 비워둔 측면 뒷공간)으로 바로 롱볼 때리든, 아니면 미드필드 사이 공간으로 상대팀 공격수들 뛰어들어오면서 역습찬스 나는거야.


물론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기 때문에 이런 역습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할수가 없어. 풀백이 공격적으로 올라와야 공격이 풀리는 현대축구에서 공간이 비는건 그냥 운명과도 같아. 받아들여야 함. 그냥 공격을 했으면 슛팅을 때리고 돌아와야 수비가 된다가 플레이의 핵심이야. 선수들 돌아올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주는 거니까.



2. 수원은 네모네모는 해도 아직 세모세모가 잘 안되는 팀


수원은 솔직히 네모네모는 기가 막히게 잘해. 그리고 병근쌤 들어와서 요즘 정말 나아졌다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네모네모를 만들어서 뺏을 볼을 기가 막히게 전개를 잘 해. 울산전이 그 모습의 정점이지 않았나 싶은데, 볼을 뺏어서 여의치 않아 클리어링을 하지 않고 바로 공격전개를 할 때 사리치를 기점으로 블투이스, 이종성이 서로 움직이며 볼을 받아다 좌우 윙어한테 롱볼을 때리든, 아니면 오버래핑 들어가는 장호익, 이기제한테 볼을 운반하게 해서 가운데 공간을 비워내던 하는 그 전개방법이 (각각 취향껏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굉장히 효과적이야.


그래서 나는 병근볼이 빌드업이 구리다는데에 동의하지 않아. 공격전개 컨셉이 확실하고, 그리고 일단 볼을 열번 때리면 코너플래그 앞까지 볼이 적어너 너다섯번은 가긴 간다는건 일단 전개 자체는 굉장히 효과적이라는 얘기야. 물론 이게 안되는 경기도 있었어. 대표적으로 블투이스가 볼 잡고 양손 들면서 "아 볼 어따 주냐고" 짜증내던 장면이 몇번 나왔었지?


그런데 문제는 전개 까지만 좋고 공격의 마무리가 안된다는거임. 왜 위에서 모든 공격은 슛팅으로 끝나야 한다고 했지? 우리는 대체적으로 슈팅이 안나오는 편이야. 그리고 선수들이 슈팅을 아끼는게 아니라, 슈팅찬스까지 플레이를 못 가져가는거라고 생각해. 이 문제의 핵심을 짚자면, 우리팀은 볼을 받은 측면 자원을 도와주러 가는 선수들의 템포가 좀 늦어서 슈팅찬스가 안난다는게 가장 큰 이유야. 


위에 효과적인 공격을 하려면 세모세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 만약 마나부가 볼을 받아서 페널티 박스를 바라보고 있다- 하면 마나부 옆엔 이기제가 볼 받을 준비를 하고 있고, 마나부 앞엔 오현규가 골라인쪽으로 쇄도를 하던가 아니면 김건희가 마나부 마킹하는 선수 바로 뒤에 적절한 간격을 두고 비스듬히 서서 패스를 달라고 해야해. 그리고 슬슬 공격가담한 사리치, 이종성이 또 다른 대각선을 만들어서 볼 받을 준비를 해 주고. 그 다음엔 패스- 패스- 해서 빈틈 생기면 슛팅 꽂아넣고.


이런 장면 거의 안 나왔지? 측면에서 졸라 흔들어도 가운데에서 볼을 안받아줘서 그래. 팀원들이 측면 자원에게 패스옵션을 안 내주기 때문이야. 이게 우리 팀의 제일 큰 문제야. 만약 중앙에서 볼을 받아주러 오는 선수가 있다면 센터백이 끌려나오고, 그 공간으로 정승원이던 류승우던 누군가가 쇄도해 들어갈 수 있고, 그럼 그 선수들 마킹하는 상대 수비수들이 공간을 비워서 김태환 쇄도해 들어가고... 뭐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 공격 옵션이 만들어져.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지금껏 어땠을까? 박스 안에서 선수 둘셋이 크로스 기다리던지, 아니면 역습 걱정을 하는지,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는지 공격지원 나가는 미드필더들 (사리치 빼고) 타이밍 늦게 들어와서 상대 수비 다 들어올때쯤에 볼 받아주지? 이때 되면 바르셀로나마냥 볼을 돌리는게 아닌 이상 이미 공격은 실패했다고 봐야해. 그리고 우리는 이 타이밍에서 볼을 뺏겨. 그 다음에 필연적으로 상대팀에게 역습찬스를 내 줘. 다들 세모세모 만들어 놔서 네모네모 만들 여유가 없이 전력질주하며 수비복귀를 하니까. 아까 공간이 비는건 현대축구의 운명이라고 했지? 그 결과로 운명처럼 실점위기가 찾아와.


우리 측면이 게을러서 주구장창 크로스만 올리는게 아니야. 받아서 연결고리를 해 줄 선수가 없어서, 다른 선택지가 안보여서 그래. 솔직히 우리 측면 자원 공격 나갔을 때 경기력 정말 좋아. 미친듯이 흔들고 쪼개고 해서 어떻게든 슛팅찬스 가까이까진 만들어줘. 마무리가 안되서 그렇지.


병근쌤이 가끔 염기훈 들여보낸 것도 그 이유인거 같아. 염기훈이 들어가면 측면이랑 놀면서 볼 받아주는 역할을 하려고 엄청 노력하거든. 그래서 염기훈이 교체투입된 그 짧은 시간동안 이정도면 좀 봐줄만 하다 싶은 공격작업이 반짝 보이기도 했었어.




3. 해결방법은 돈받고 감독하는 병근쌤이 제일 잘 알겠지만, 나도 아는척 좀 해보자: 세모세모를 잘 하려면?


사실 제일 쉬운 방법은 그냥 기동성 있는 선수가 전방에 서 주거나,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공미를 놔서 걔가 그 연결작업을 해 주는게 제일 쉬워. 다만 공미는 상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 '네모네모' 안에서 활동하는 선수라 요즘 축구에서는 빛이 좀 많이 바랜 역할임. 따라서 볼 주면 알아서 다 제끼는 메시를 보유한 팀이 아니라면 현대축구에서는 그냥 모두가 새빠지게 뛰어서 빨리빨리 공간에 들어가고, 공간을 메꾸고 하는게 최선이야. 


그래서 요즘 축구는 모두 올라가 공격했다 수비하러 내려오는 풋살, 또는 농구에 더 가까운 모습이야. 그래서 사리치, 이명주같이 활동범위 넓은 미드필더가 굉장히 중요해진거고. 왜 클롭도 한때 농구에 푹 빠졌었다지? 아마 전원공격 전원수비라는 스포츠 컨셉에 꽂혀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


(곁다리로, 내 시대에 국내외 통틀어서 이 역할을 제일 잘한 선수는 박지성이었음. 괜히 맨유 레전드인게 아님)


우리팀은 이걸 해보기 위해서 울산전에 사리치와 이종성을 박투박 미드필더로 넣고, 4-4-1-1 포메이션 시도를 해봤어. 비록 쳐맞느라 바빠서 두 미드필더가 공격작업에 잘 참여하지 못했던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어떤 이유건 김건희가 연결고리 역할을 못해줬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아주 괜찮은 시도였고, 나름 효과가 없지도 않았어. 롱볼 때려서 측면에서 받으면 위협적인 공격이 나왔고, 김건희 발밑으로 볼이 배달되면 일단 해결은 해 줬으니까. 하지만 볼을 빠르게 전개할 때 전방 공격수들이 측면을 지원하는 모습이 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 형들 다들 경기 답답해하면서 봤으니까 이해 갈거야.


여기에 특화된 선수인 김건희는 뭐 아프다니까 그냥 엔트리 제외하고 생각해보자. 누가 제일 나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유주안이 다시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얘는 볼 받고 내주고 공간 들어가는 능력으로만 프로 입단하다시피 한 애니까. 유주안이 아니라면 4-2-3-1 형태로 원톱 (아마 포스트플레이가 되는 안병준...)을 전방 미드필더 셋(뭐... 마나부, 정승원, 류승우?)이 보조하고 직접 득점을 노리는 모양새도 고려해볼수 있고. 공격 2선에 서는 자원이 우리팀이 이제 퍽 많은 편이잖아. 다들 활동범위가 넓은 성실한 선수들이기도 하고. 


만약 4-4-2 형태를 계속 쓴다면 하나는 박스 안에 있고 하나는 밖으로 나와서 볼 받아다 내 주고 다시 들어가는 플레이를 해야해. 전통적인 빅앤스몰 플레이 패턴이야. 기왕이면 상대팀 수비 헷갈리라고 투톱이 번갈아가면서 그 역할을 해 주면 좋지. 울산전에서 오현규가 몇장면 애매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마나부랑 연계 플레이한 모습 아주 괜찮았어.


그냥 선수들끼리 서로 받아주고 다시 들어가는 모습을 계속 만들고, 공격의 꼭지점엔 유효슛팅을 때리던 홈런을 떄리던 슛팅, 아니면 최소한 아둥바둥하다 골라인 아웃으로 끝내고 들어와야 한다가 핵심임. 그러면 수비도 진영꾸릴 시간을 되찾아서 자연스레 안정되고, 역습 방어한다고 개처럼 뛰다가 미드필드 체력이 앵꼬나는 참사도 줄일 수 있어. 즉, 여러모로 팀에 도움이 됨.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이거 좀 제대로 해 보려고 감코진도 매일매일 겁내 똥꼬쇼 하고 있을거임.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이런 좀 기초적인 축구를 지향한다면 꼭지점에서 마무리 하는 능력은 있어보이는 그로닝이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을거라 생각해.





긴 글이라 세줄요약을 하자면:


1) 수원은 수비랑 볼 전개는 잘 하는데 공격작업 마무리가 겁나 구리다

2) 서로 간결하게 볼 받아 내주고 들어가는 플레이만 해도 공격의 질이 한결 나아질 것

3) 이거 잘 되면 자연스레 수비불안, 체력문제도 보완되고 골도 들어갈 것.


끝. 반박시 형들 말이 맞을수도 있음.


만두신속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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